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마음 Sep 22. 2023

나와 상대를 지키는 법, 거리두기

더 이상 착한 사람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


 

 

일본 후생 노동성이 발표한 2018년 노동 안전 위생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크게 3가지로 나누고 있다. 바로 업무량과 업무의 질, 인간관계다. 《심리 대화술》의 저자 이노우에 도모스케는 산업의로 일하면서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상담해 왔는데 위 세 가지 중에서 업무량이나 업무의 질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일에 대한 고민의 80퍼센트는 인간관계라고도 하는데, 많은 직장인이 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가장 많이 토로했던 것이다.      


그런데 참 쉬지 않은 문제다. 우선 관계는 나에게만 속해 있지 않다. 상대와 관련된 문제이기 쉽게 바꿀 수 없다. 그리고 인간관계의 많은 부분이 고착되어 있다. 관계에 대처하는 태도와 행동은 짧게는 20년부터 수십 년에 걸쳐 각자만의 생존 방식이자 살아온 방식이기도 하다. 이는 내 인격과 성향 속에 밀착되어 있어서 객관적으로 분별하고 분리해 내기가 사실 쉽지 않다.           





왜 다른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는 걸까     


직장이든 가정이든 우리가 만나는 어떤 관계에서든 성가신 사람들은 존재한다. 그들은 남을 헐뜯고 험담하고, 매 순간 비난만 해서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 모든 것이 자기중심이라 사람들의 말을 어느새 가로채어 자기 이야기를 이어간다.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자기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남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사실 성가신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넘치는 인정욕구와 불안과 두려움, 자신에 대한 믿음 부족해서이다. 다른 이들의 인정이 기대어 살기에, 조금만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분노한다. 사실 이들은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도 깊다. 자기 확신이 없기에 다른 사람의 인정과 칭찬을 먹고 산다.      


반대로 성가신 사람의 표적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성가신 사람이 보기에 이들은 만만하고 여간해서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이들에게 희생되기 쉬운 사람의 공통점은 모든 일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성품이다. 타인이 보았을 때 매우 착하다. 이들은 성가신 사람에게 교묘하게 통제당하면서도 자신을 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원래 자기를 탓하는 경향이 짙었기에 모든 상황을 타인보다 자신의 탓으로 여긴다.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러다가 지치고 상처받고 번아웃하고 심각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나는 매년 책을 쓰기로 했다》라는 책을 출간하고 나서의 일이다. 내가 주로 애용하는 온라인 서점이 있기에 다른 서점은 평상시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책 출간 후 다른 온라인 서점에 예전에 출간한 책들을 살피러 들어갔다. 그중 한 책의 평점이 낮아져 있어서 댓글을 살펴보았다. 한 분이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보았는데, (구매하신 것도 아니다.) 책 중간에 이상한 이야기로 빠진다고 점수를 낮게 주신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좋았던 부분도 한아름 써 놓으셨다. 그런데 그분이 낮게 평가한 부분이 사실 내 책의 차별 포인트이며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었다. 그리고 내가 여러 강의나 모임에서도 사람들에게 계속 강조하는 부분이다.      


모든 사람의 생각과 발언에는 자유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한편 궁금했다. 구매도 아니고 도서관에서 신청해서 읽은 도서에 대해서 굳이 찾아 들어가 꼭 댓글을 달고 싶었을까? 라는. 굉장한 부지런함이 아니면 못 할 일이다. 그것도 긍정적인 점수를 주었던 사람들의 점수 사이에서 유독 부정적인 생각을 말이다. 내 책뿐 아니라 온라인 서점에서 댓글들을 읽다 보면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는 굳이 썼어야 하는 글들을 보게 된다. 이는 디지털 세상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지만, 나는 그분들이 누군가에게 성가신 존재가 될 수도 있지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 사람의 내면이 그려지기도 하기에, 그저 언젠가는 통합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수용할 뿐이다.          








더 이상 착한 사람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     



성가신 존재들의 표적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더더욱 상대를 바꾸는 건 매우 힘들다. 그런데도 우선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그들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당신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사실 착한 사람도 성가신 사람 못지않게 자존감이 낮다. 이들 또한 인정에 기대고 타인의 눈치를 본다.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워 무리한 부탁에도 거절하지 못한다. 내 중심이 아니라 타인 중심으로 모든 시간과 에너지가 배분된다. 그러다 지치고 상처받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이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관계는 ‘거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가족과의 거리가 있고, 친구와의 거리가 있고,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거리가 있다. 거리에 맞게 적절한 시간과 에너지를 주면 된다. 그러나 착한 이들은 이 거리 조절을 잘하지 못한다. 자기를 지키는 경계선을 확보하지 못하고, 다른 이가 이 선을 침범하는데도 저항하지 못하고 내버려 둔다. 나만의 공간에 누군가 내 허락도 없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며 참견한다고 생각해 보라. 상상만 해도 끔찍할 것이다. 그러나 착한 사람들은 이것이 일상이다.    

  


“무례하게 구는 것은 좋지 않지만, 가족이나 연인과의 거리가 오늘 처음 만난 사람과의 거리와 같지 않듯이 사람마다 거리감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_이노우에 도모스케. 《속마음 들키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심리 대화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에게는 되도록 ‘무반응’으로 대한다. 여기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쉽게 제공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성가신 사람들에게만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밝게 반응해서는 안 된다.      


주의할 점은 성가신 상사에게만 이렇게 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무반응하면 안 된다. 자신의 일은 프로답게 감당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무반응으로 대하면 불친절한 사람으로 인지되어 결국 당신에 대한 평가를 떨어뜨리게 된다. 상대를 바꿀 수 없지만 (이건 고도의 인격적 고결함과 전략으로만 가능할 거 같다.) 당하고만 있을 수만도 없다. 그래서 이처럼 당하는 입장에서 최선의 방어전략을 택해야 한다.      


반대로 내가 성가신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해가야 한다. 물론 자신이 그런 존재인지 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겠지만. 알면서 안 되는 행동들이 많다. 성찰의 힘과 이를 바꾸어가려는 연습이 부족해서이다. 자신을 치열하게 성찰해 가야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게 된다.  

    

해를 가하는 이나 해를 당하는 이나 그 내면에 들어가 보면 모두 존재가 약하다. 존재의 힘이 약해서 자신을 해하거나 남을 해하는 것이다. 성가신 이들은 남을 해하고 강탈함으로 자신의 결핍을 채우고, 당하는 이들은 타인에게 비위를 맞추고, 자신의 목소리를 감춤으로 자신의 욕구를 해결할 뿐이다.      


‘일’보다 ‘사람’이 더 무섭고 우리를 힘들게 한다. 관계가 편하면 모든 것이 편안하다. 일이 아닌 관계로 일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얼마나 많은가? 관계는 인생의 행복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도 될 수 있다. 이 관계를 조율할 줄 아는 지혜가 있다면 나와 상대를 지키고, 내 일도 보호하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도 한 때 '요즘 얘들'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