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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마음 Jan 09. 2024

우리가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

<다시 문학을 사랑한다면>





어릴 적 저의 집에는 부모님이 사놓은 문학전집이 있었습니다. 몇 권 꺼내 들어 읽었던 기억은 있지만, 문학작품을 많이 읽지 못했어요. 어린 나이에 문학을 좀 더 접했다면 조금은 더 여유 있게 인생이라는 여행을 항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20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독서도 몇 가지 장르에 한정되어 있었고 문학은 어른이 되어서야 뒤늦게 읽고 있답니다.     

 

《문학을 다시 사랑한다면》의 저자 이선재는 대한민국 대표 국어 일타 강사로, 학자의 길을 걸으려던 중 우연히 출강 수업에서 열띤 반응을 얻은 후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학생들에게는 유명한 분이시나 봐요. 이 책에는 열아홉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요. 한 이야기에 여러 권의 문학을 소개합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어릴 때 한 번쯤 접했을 도서들을 소개하며 인생의 답을 찾아갔던 이야기들을 남겨 주고 있습니다.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      


저자는 책 초반에 문학을 읽어야 하는 두 가지 이유를 소개합니다.     


“문학 속에는 스쳐 지나가듯 별 볼 일 없는 인물들에게도 각각의 고유한 불빛이 있습니다. 문학의 서사 속에서 각자의 고유한 역할을 해내죠.”      

“경험하지 못한 삶 속에서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문학만큼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는 예술은 없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는 문학 속에는 “스쳐 지나가듯 별 볼 일 없는 인물들에게도 각각의 고유한 불빛이 있습니다. 문학의 서사 속에서 각자의 고유한 역할을 해”낸다는 거죠. 문학에는 현실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정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만나는데요. 현실에서는 소통을 깊게 하지 않는다면 그저 표면적으로만 보고, 스쳐 지나가거나, ‘저런 사람이 있지?’ 하면서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문학 안에서는 각 사람의 말, 그 이면의 생각, 환경 등을 자세히 입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한층 이해를 높여 줍니다. 이는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이어져 ‘뭔가 이유가 있겠지.’, ‘그럴 수도 있지.’하는 여유가 생깁니다. 공감력이 높아진 거죠. 


두 번째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는 유한해서 모든 것을 경험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을 여행할 수도 없을뿐더러, 모든 책을 읽을 수도 없답니다. 저자는 “경험하지 못한 삶 속에서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 문학을 읽는다고 말하는데요.      


나이가 들수록 ‘나’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원래 성향을 더욱 깊게 만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환경과 주어진 역할을 해 내면서 내 안의 또 다른 면들을 새롭게 대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경험하지 못한 삶, 앞으로도 경험하지 못할 삶들도 있겠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면서 나라면 그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대처했을까. 평상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과 생각들을 조우하며 ‘나’라는 사람의 존재의 크기는 커집니다.        


   



나만의 정답을 찾아서    

  

“물론 문학이 정해진 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문학은 우리 앞에 수많은 선택지를 놓아주죠.”     

  

저자는 “문학은 우리가 모두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중”임을 알려준다고 말합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문학이 일깨워주고, 그로 인해 우리가 위로받는다면 문학의 쓸모를 다했다는 거예요.     


제가 진행하는 단단 북클럽에서는 (두 달 or 분기별 모집) 언젠가부터인가 고전문학을 꼭 한 권씩 넣습니다. 북클럽전문가, 논제연구원에서도 고전문학은 꼭 한 권씩 다루는데요. 토론 후 소감을 나누면 모두 재밌다는 거예요. 지난주 북클럽 전문가 과정에서도 고전문학을 읽고 토론했을 때도 모두 재밌었다는 소감을 나눠 주셨어요. “고전은 꼭 논제 토론으로 해보면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좋을 것 같아요.”,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는데 어릴 적 읽었던 고전을 다시 꺼내 들어 읽어봐야겠어요.” 등의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왜냐하면 고전이 고전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릴뿐, 해답을 딱히 내려주지 않는다는 거죠. 해석의 여지가 많기에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겠죠.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선택해야 할 상황을 수없이 마주합니다. 인생이 좀 간소화되면 선택이 좀 줄어들까요. 수많은 이가 자신의 이야기가 정답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도움을 일시적으로 얻어, 늘 나만의 정답을 찾아가야 할 뿐이에요. 그 답을 찾고 자신의 이야기로 다시 써 내려가야 하는 건 각자의 몫일뿐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습관처럼 문학을 찾았다고 말합니다. 문학 안에 담긴 희로애락과 굽이치는 인생사를 함께 느끼고 경험하다 보면 그래도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네요.     

 

너무 뒤늦게 문학을 만나 아직 습관처럼 문학을 찾지는 못하지만, 남은 여생은 작가가 창조한, 그러나 어딘 가에 있을 문학 속의 여러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얻으며 살고 싶습니다.     



삶이 문학이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을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언어로 문학을 해석하고 곱씹어야 그 속에 담긴 힘이 제대로 가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답을 주지는 않지만, 한 인물을, 그 인물이 담긴 삶을 자세히 조명해 줍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이야기에 공명하는 이유는 그 이야기 안에, 그 인물 안에 ‘내’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도 있던 이야기인데, 나에게도 느껴졌을 감정인데, 나도 언젠가 했던 생각인데, 너무 바쁘고 정신없고, 생각할 틈이 없어 그저 지나쳐 휘발시켜 버렸던 이야기들 말이에요.      


작가들은 문학을 통해 “너에게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 있었지 않아?”, “너도 이렇게 살면 이렇게 될 수 있어.”, “지금 너의 삶이 꼭 정답은 아니야.”, “너도 이런 선택하고 싶지 않았어?”, “너라면 어떻게 할 거 같아?” 등 수많은 질문을 퍼붓고, 내 안에 부모도 나도 만져주지 못해 억눌렸던 생각과 감정들을 살며시 꺼내 줍니다. 그런데 그 억눌렸던 감정과 생각을 가만히 살펴보면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 생각하면 안 돼.”, “그런 감정을 느껴서는 안 돼.”, “너는 여자이니까.”, “너는 엄마이니깐.”, “넌 아직 어리니깐.”, “넌 나이가 너무 많으니깐” 등등의 어디선가 왔던 목소리들이 나의 진짜 생각과 감정을 가로막았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문학은 삶을 더 사랑하게 되는 거 같아요. 삶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그 속에 담긴 ‘나’를 더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나’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내 안의 어떤 생각과 감정, 선택도 존중한다는 말입니다.      


저도 문학을 많이 읽어서 언젠가는 문학을 자유자재로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누군가가 이렇게 문학을 책으로 소개한다는 것은 “내가 읽으며 너무 좋았는데, 너도 읽어 봐!”라는 말이겠지요. 문학만 읽으며 살 수는 없겠지만, 여러분들도 도서 목록에도 정기적으로 문학작품을 꼭 넣어서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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