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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닥 Feb 23. 2022

내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의지박약' 만이 쓰여있다

의지력은 쓸모가 없다

성인이 되고 난 후 기회가 되어 나의 초등학교 시절의 생활기록부를 조회해본 적이 있었다. 그 기록부에는 놀랍게도 담임 선생님이 악필로 휘갈겨 놓은 ' 의지박약'이라는 단어만 적혀 있었다. 담임이라는 사람은 나의 초등학생의 시절을 딱 4글자로 함축시켜놓았다. 부연 설명 따위는 없었다. 나는 생활기록부를 보자마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의지박약의 뜻은 의지력과 인내심이 적다는 뜻이다. 나는 누구나 인정할 만큼 인내심을 가진 아이였는데도 선생님은 나를 무척이나 성의 없이 평가를 한 것이다. 사실상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표현이 제일 어울릴 듯하다.




넌 의지가 없어


하지만 나는 종종 의지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아마도 선생님은 내가 꾸준히 집중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적어놓으신 거 같다. 나는 인내심은 있었지만 꾸준히 무엇인가를 하기 위한 의지는 없다시피 했다.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살던 환경을 몰라서 받는 작은 오해이다. 어릴 때 내가 자라온 환경을 따져본다면 어른들은 절대로 나에게 의지력이 약하다고 핀잔을 주어서는 안 됐다. 가뜩이나 성격이 예민했던 아이가 그런 환경에서 할 수 있었던 건 근근이 살아남는 정도였다. 살아남는 것도 벅찬 환경에서 의지박약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매우 부당했다.




어찌 됐든 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아 벌써 30살이 넘었다. 의지박약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모든지 끈기를 가지고 덤비는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가끔은 나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다. 가난이라는 말에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어릴 적부터 지독한 경험을 했지만 그 경험 때문에 나는 올바르다고 판단되는 일은 포기하지 않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 그런 습관들이 가난을 벗어나게 해 준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의지력은 금방 고갈된다

하지만 환경은 막강하다


사실상 의지력은 쓸모가 없다. 의지력을 발휘하려면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확실한 내. 외적 동기가 있어야 의지가 생긴다. 환경 앞에서 의지력은 바람 앞에 등불처럼 애처로울 뿐이다. 이를 모르고 자신의 의지력을 탓하면 안 된다. 원래 인간의 뇌는 산만하다.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대단한 것이지 못한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의지력을 키우고 싶다면 일단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 공부를 하고 싶다면 스터디 카페나 도서관을 가야 한다. 아니면 자신의 방을 공부방으로 꾸며놓든가 해야 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스타벅스에서 더욱 생산성 있는 성과를 내는 이유가 바로 높은 천장과 유리 창문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스타벅스 같은 카페는 항상 차분한 배경음악과 높은 천장 그리고 바깥이 훤이 보이는 커다란 창문이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이런 환경은 인간의 창의력과 집중력을 향상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있다.



즉 자신에게 맞고 효율적으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디든 상관없다.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공부를 하게 된다. 인간은 환경에 맞추어 활동한다. 이 점을 활용하면 자신의 삶과 습관을 시스템화할 수 있다.



자신의 의지력을 믿거나 시험해 볼 필요는 없다. 대부분 실패하게 된다. 의지력은 쓸모가 없다. 또한 의지력은 금방 바닥이 난다. 아침에 중요한 일을 하라는 충고를 자주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것은 일리가 있는 충고이다. 하루 중에 의지력이 제일 충만한 시기는 아침이다. 미라클 모닝이 유명해진 것도 성과가 좋기 때문이었다. 아침은 태양이 떠오르면서 사람의 기운이 가장 맑고 힘이 넘치는 시간 때이다. 아침은 뭔가 시작하기 좋다.



그렇기에 직장에 나가 열심히 일하고 퇴근을 하고 나서는 의지력이 바닥이 나있을 것이다. 당신이 하는 모든 행위는 의지력이 소모된다. 생산적인 일을 하든 안 하든 말이다. 재미로 보는 유튜브도 의지력을 사용하고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에 집중하는 것이 휴식이 아니라는 말이다. 게임을 하고 나서 공부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재미있게 노는 것도 의지력을 사용한다.



즉 자신의 의지력이 탈인간급이 아니라면 환경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이상 생산적인 습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의지력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소비되고 금방 고갈된다. 이것이 우리가 의지력에 의지할수록 항상 실패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환경을 조성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만약 책 읽는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눈에 띄는 곳마다 책을 배치해야 된다. 화장실이든 거실이든 침실이든 상관없다. 책이 눈에 띄어야 생각이 나고 읽고 싶어 진다. 만약 방안에 책이 가득하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책을 읽는 시늉이라도 하게 된다. 그래서 현대 지성들은 책을 왕창 사놓고 그냥 여기저기 자신의 집에 전시를 한다고 한다. 언젠가 읽을 것을 대비해서 말이다.



운동을 하고 싶다면 운동 기구와 헬스 복장을 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니면 헬스장을 등록하고 꾸준히 가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이것만 기억하자.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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