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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30. 2022
예민함을 예리함으로 바꾸는 법
예민한 사람의 슬기로운 생활
예민함은 종종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나 또한 예민한 사람으로서 이런 사회적 시선이 안타깝다. 다만 예민한 사람이 주변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건 사실이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걸고넘어지니 피곤한 것이다. 예민한 분들은 참지 않고, 항의를 하거나 컴플레인을 거는 것을 자주 보았다. 이는 예민함이 부정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예민함이 부정적이라는 인식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예민함을 억압하고 살 필요도 없다. 예민함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다루면 그만이다. 예민함을 갈고닦아 예리함으로 만들면 무기가 된다. 예민함은 가공되지 않은 원석과 같다. 그 원석을 세공사가 만지면, 보석이 된다. 그 보석이란, 바로 예리함이다.
예민하다면
이것만 기억하자
당신의 예민함을 받아줄 사람은 없다.
그저 참을 뿐이다.
예민한 사람이 편하다면, 그건 십중팔구 주변에서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부모님이 됐든 친구들이 됐든 간에 말이다. 예민한 사람의 성격을 받아줄 사람은 없다. 다만 참고 있을 뿐이다. 이는 주변이나 당신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예민한 성격이다. 그리고 소리에 아주 민감하다.
집안은 항상 조용해야 되며,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안 된다. 하지만 부모님은 예민하지 않다면? 부모님은 큰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당신의 예민함이 폭발하지 않도록 배려할 것이다. 이는 큰 에너지 낭비를 초래한다. 생활 소음조차 거슬리는 예민함은 좋지 못하다.
이렇듯 예민함은 알게 모르게 주변에 압박을 준다. " 나 예민한 거 알잖아!" 이런 식으로 자신의 예민함을 주변을 통제하고 억압하는데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예민함이 벼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이 예민할 뿐이지, 그것이 대접받아야 할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예민하다면 이것만 기억하자. ' 당신의 예민함은 그저 주변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라는 사실 말이다. 예민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소심해질 필요도 없다. 올바르게 예민함을 다루면 된다. 예민함은 신이 주신 자랑스러운 무기이다. 이를 제대로 사용한다면, 아주 좋은 재능이 된다.
예민함을
예리함으로
외부 자극에 민감하다는 뜻은 거꾸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현상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뜻도 된다. 무심코 지나가는 작은 일도, 예민한 사람은 포착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크리에이터나, 글작가, 인플루언서 등 창의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예민함은 큰 힘을 발휘한다.
또한 이상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예민한 사람들은 뭔가 미묘한 상황이나, 괴리감이 느껴지는 분위기를 잘 느낀다. 그래서 위험을 미리 피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상함을 느껴지고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면, 대개 그 일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최근 인터뷰 요청으로 인해, 한 스튜디오를 찾게 되었다. 인터뷰 질문지를 받고, 나도 이제 인터뷰를 하는구나 들떠있었다. 그러나 나의 예리함은 경고등을 울리고 있었다. 바로 합리적인 의심들이었다.
1. 브런치 글만으로 인터뷰를 할 수 있는가?
2. 어째서 인플루언서도 아닌,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는가?
이 2가지 의심이었다. 나는 애써 무시했지만, 인터뷰를 하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했다. 나는 인터뷰를 강행했다. 햇빛이 뜨거운 오후였다. 서촌역에서부터 스튜디오까지는 15분을 걸어야만 했다. 너무 더워 땀이 쏟아져 내렸다. 나는 아이스커피를 하나 사서, 땀을 식히면서 걸어갔다. 한 참을 걸으니 그 유튜버가 알려준 주소에 도착했다. 그 빌딩은 굉장히 허름했다. 나는 예리함이 발동했다.
" 어 뭔가 이상한데?"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3층으로 걸어 올라가 사무실 문을 두들겼다. 그리고 유튜버는 나를 친절하게 반겨주었다. 사무실은 좁았다. 혼자서 근무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쪽에 덩그러니 인터뷰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그 테이블 위에는 전문적으로 보이는 마이크와 헤드셋, 조명이 보였다. 노트북에는 음파 모양의 프로그램이 켜져 있었다.
우리는 가볍게 잡담을 나누고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갔다. 여기서 또 나의 예리함이 발동했다. 유튜버가 촬영 세팅을 하고 있는데, 어설프게 나를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어설퍼 보이는 핸드폰과 거치대가 나를 안타깝게 찍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유튜버 자신은 DSLR 카메라로 스스로를 찍고 있었다. 나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왜 카메라를 따로 켜 놓고 촬영하는 걸까?"
저 좋은 카메라로 함께 찍으면 될 텐데, 게스트는 핸드폰으로 찍고, 본인은 비싼 카메라로 찍고 있지?라는 생각이었다. 이런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있는데, 유튜버는 이리저리 조명과 카메라를 세팅하고는 인터뷰를 진행하자고 했다.
1시간 30분 동안 쉼 없이 촬영을 강행했다. 미리 준비해 간 질문은 7개나 되었다. 나는 질문에 대해서 미리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숙지했기에 막힘없이 말할 수 있었다. 첫 촬영이라 그런지 떨리기도 했지만, 내심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내 글을 인정해주는 사람과 촬영한다는 자부심도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이 끝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영상이 업로드됐다는 카톡이 왔다. 나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세히 영상을 보지 못했고, 12시가 넘어서야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내 얼굴을 비추던 조명은 나를 위한 조명이 아니었다. 유튜버 본인을 위한 조명이었다. 과한 조명으로 인해 영상 속 내 얼굴은 처참했다. 얼굴 반쪽이 조명 빛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얼굴의 명함조차 사라져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영상이 진행되면서 중간에는 아예 초점이 나가는 현상도 있었다. 게다가 영상 설명란에는 " 예민한 사람은 시청 주의! 조명이 너무 밝을 수 있음"이라는 조롱 섞인 듯한 글을 적어놨다.
나는 바로 이런 문자를 남겼다.
방금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저하고 미리 영상을 공유하지 않으시고 업로드하신 거는 굉장히 유감이네요. 또한 영상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썸네일과 촬영 방식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제 얼굴은 조명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네요. 유튜버님은 제대로 잘 나오고요. 다른 분들 인터뷰 하신걸 살펴보니 저만 저런 식으로 촬영하셨네요. 영상 내려주시고, 나머지 영상 전부 폐기해 주세요. 또한 어떠한 대가성이 없었으므로, 제 허락 없이 영상을 올리시면, 초상권 저작권 침해로 간주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