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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닥 Jul 31. 2022

3년 동안 월급의 80%를 저축하며 살아봤다

아무 의미도 없었다고?

나는 대부분의 월급을 저축했다. 평균적으로 70~80%의 저축률을 달성했다. 2022년은 그렇게 저축한 지 딱 3년이 되는 해이다. 적은 월급이지만, 꽤나 돈이 모였다. 하지만 누구나 놀랄 정도의 금액은 아니다. 안 먹고 안 쓰고, 사람들도 안 만나며 모은 돈이다. 그런데도 나는 통장을 보며 웃을 수가 없었다.



돈을 벌지만

거지 같이 살아왔다


나는 거지였다. 삶의 기쁨을 모두 잃어버린 체 살아가고 있었다.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행복과 쾌락을 박탈당했다. 사람을 만날 기회를 잃었고, 기쁨 또한 내 곁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야말로 회색빛 인간이 되었다. 높은 저축률을 달성했지만, 배정된 용돈을 받고 사는 느낌이었다. 매일 힘들게 일해도 나에 대한 보상이 없었다. 스스로를 저축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놓고 자신을 학대한 것이다.


나는 조금씩 늘어나는 통장 잔고를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행복이었다. 사람을 만나고 싶어도, 예산 밖의 비용이 나간다는 생각에 주저했다. 그리고 나의 마음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돈을 쓰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자, 방구석에만 있게 되었다. 돈을 쓰고 사람을 만나야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그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




예산의 노예가 되었다


나의 한 달 예산은 40~50만 원이었다. 나는 잔뜩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왔다.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고 있고, 밥을 집에서만 먹으니 가능한 예산이었다. 저 예산은 고정지출이 포함된 예산이었다. 월 고정지출이 빠져나가면, 한 달에 30만 원 정도로 생활해야 했다.


내 주 소비는 책을 사거나, 강의를 듣는 정도였다. 당연히 술을 마시거나, 외식을 하는 것도 어려웠다. 최소한의 소비만 하려고 하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버틸 뿐이었다. 언젠가 성공하겠다는 야무진 꿈도 꾸고 있었다. 현재의 만족을 지연하면 미래에는 성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가지고 있었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조던 피터슨 교수는 만족지연( 현재를 담보로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것 )이 성공하는 사람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나는 그 책을 읽고, 현재의 기쁨을 모두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분명 그 선택은 옳은 선택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들보다 앞서 나간다는 기분을 자위 삼아, 자린고비처럼 살아왔다. 조금이라도 이 생활을 빨리 벗어나고픈 생각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저축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다. 거의 집착 수준으로 저축에 목매달았다. 저축을 하기 위해서 3년 동안 밖에 나가지도, 사람들과 교류하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현실을 저당 잡힌 노예였다.



눈을 뜨다


돈이 쌓였지만,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그다지 많이 없었다. 그 정도 돈으로는 부동산도 주식도 큰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투자를 해도 고소득을 내기에는 너무 적은 돈이었다. 3년을 빌빌대며 모은 돈이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허탈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 도대체 나 뭐한 거지?"


나는 빚을 지지 않기 위해 신용카드도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학자금 대출도 모두 갚았다. 이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빚은 나쁘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투자 없이 성과를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무자본 창업은 거짓이었고, 정부 지원 정책도 한계가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창업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나는 최근에 일본의 일론 머스크라고 불리는 호리에 다카후미의 신작 < 가진 돈은 몽땅 서라>를 읽었다. 그의 철학은 매우 간단했는데, " 돈을 아끼면 똥이 된다."라는 메시지였다. 나는 큰 감명을 받았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축 신앙에 빠져있었는데, 눈을 다시 뜬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축으로 부자 되는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 저축을 통해 얻는 가치보다 돈을 쓰면서 얻는 기회가 더 많다는 것이다.



저축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저축이 아니라, 바로 경험과 기회였다. 돈을 써야만 얻을 수 있는 기회들이 있다. 무자본 창업? 공짜? 다 거짓이며, 진실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짜는 없다. 돈이라는 자원을 쓰지 않는 이상, 의미 있는 것을 얻을 수 없다. 간혹 가다가 공짜로 얻을 수는 있겠다. 다만 그런 것들은 일관성이 없다. 돈을 쓰면 확실하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나는 3년 동안 저축의 늪에 빠져 살았다. 그리고 저축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았다. 사람을 만나고, 기회를 찾고, 새로운 것을 배우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이 맞는 생각이다. 나이가 어리다면, 절대로 저축 신앙에 빠져서는 안 된다. 돈을 번다면 올바른 곳에 써야 한다. 부모님 또는 주변 어른들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저축해야 돼! 안 그럼 거지된다."


그분들과 우리들의 세상은 많이 다르다. 저축만으로 부자 되는 세상은 진작에 끝났다. 앞으로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AI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은 성실한 노동이 아닌, 잘 노는 사람을 더 대우해줄 것이다. 왜냐면 성실한 노동은 모두 기계가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해는 하지 말자. 나는 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적당함이 좋다는 뜻이다. 저축의 비율을 비상식적으로 높이지 말라는 뜻이다.



먹고 노는 사람이

승리한다


요즘 시대는 잘 놀고, 잘 사는 사람이 승리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디지털 혁명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인플루언서는 놀고먹으면서 큰돈을 번다. 성실하게 노동하지 않고도 돈을 버는 것이다. 이는 <개미와 베짱이> 우화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제 잘 놀면서, 세상에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버는 시대가 왔다. 즉 성실한 개미보다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베짱이가 더 우대받는다는 뜻이다.


유튜브, 팟캐스트, 브런치, 블로그. 웹사이트 등 IT기술을 활용하여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은 앞서 나갈 수밖에 없다. 이 플랫폼들을 잘 활용하려면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경험이 없는 사람은 글도 영상도 만들 수가 없다. 경험 없는 콘텐츠는 도태된다. 돈을 쓰고, 체험하고 사람을 만나면서 축적된 경험들은 양질의 콘텐츠의 밑바탕이 된다.


3년 동안 저축해봤다. 그리고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아끼면 똥 된다.
적당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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