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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공지사항

저는 추석만 되면 쓸쓸해집니다

왠지 모를 쓸쓸함

by 글토닥

평소에는 한산했던 동네라도 추석이 다가오면 분산해진다. 못 보던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내가 연휴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이유는 왠지 모를 쓸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추석 연휴를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다. 또한 연휴라고 해서 딱히 좋았던 경험도 없었다.



어제 나는 일을 하다가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의 미소를 마주했다. 웃고 떠드는 작은 일상 속에서 행복을 보았다. 나는 그 행복한 미소 틈새에서 땀 흘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내가 선택한 삶이고 책임을 져야 했지만, 어제는 정말 술 한잔 마시고 싶었던 밤이었다.



그러나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나는 웃으며 퇴근했고 평소처럼 씻고 잠에 들었다. 우울한 생각이 내 머릿속을 장악할 수 없도록 스스로 제어했다. 내가 선택한 삶이다. 그리고 나는 내 삶을 사랑한다. 누군가 나를 비웃더라도 상관이 없다. 술 한 잔 마실 수 없는 삶이라도 괜찮다. 나는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며 사회에 공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가치를 창출하고 있고 충분히 멋진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길은 워라벨이라든지 행복한 관계를 꾸린다든지 그런 삶과는 거리가 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연휴에도 일 할 수밖에 없다. 분명 나처럼 연휴를 즐기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삶을 살고있든지 우리는 빛나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하늘과 청량한 공기가 나를 더 쓸쓸하게 만든다. 내가 가장 추구하는 것이 있다면, 자유가 되겠다. 어울리고 싶은 사람과 함께 어디든지 떠나고 싶은 욕망 말이다. 그러나 자유는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



나는 열심히 일하는 삶을 선택했다. 그리고 당분간은 내 자유를 속박당하며 살 것이다. 삶이라는 무거운 수례 바퀴를 계속 돌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년이 됐든, 내후년이 됐든 나의 추석 풍경은 비슷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나는 현재도 미래에도 힘차게 발을 구를 것이다. 그것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고 사회에 공헌하는 시민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싶다.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인해 누군가 행복해진다면, 나는 기쁘게 땀 흘리고 싶다.








추석이 왔습니다. 하늘은 높고 공기는 깨끗해요. 독자분들은 어떤 추석을 보내고 있나요? 저는 추석 당일에 차례를 지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쉴 것 같네요. 구독자분들도 온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글토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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