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안정적인 연애를 못하는 이유
도파민 그리고 불행
기철은 며칠 전 소개받은 여성과 굿나잇 통화를 하고 잠이 들었다. 기철은 행복에 겨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이 되자 따사로운 햇살이 기철을 깨운다. 기철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힘차게 일어난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문자가 와있었다.
" 잘 잤어? "
기철은 잘 잤다고 답장을 하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씻고 준비를 한다. 기철은 평소보다 꼼꼼히 씻는다. 그녀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최신 유행한다는 옷들을 전부 구입했고 그것들을 거울 앞에서 줄줄이 입어보았다. 기철은 자신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뒷굽이 높은 신발을 신었다. 준비가 끝나자 기쁜 마음으로 그녀를 만나러 갔다.
기철과 수영은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수영은 수줍은 미소를 띠며, 기철과 함께 데이트를 즐긴다. 날씨까지 화창하다. 수영은 오랫동안 남자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말이다. 수영은 올해 서른 살이 되었고 이제는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 하기 시작했다. 결혼은 언제 하냐고 은근히 압박을 주는 부모님도 신경 쓰인다.
수영은 지인에게 소개받은 기철이 마음에 들었다. 기철도 자신이 마음에 드는 기색이다. 완벽한 데이트를 즐긴 두 남녀는 얼마 되지 않아 연애를 시작한다. 그리고 서로에게 푹 빠져든다. 수영은 젊은 날에 그토록 찾아 헤매던, 반쪽이 기철이 아닐까 하는 운명적인 느낌을 받는다. 기철 또한 마찬가지다. 둘은 뜨겁게 그리고 정열적으로 사랑을 나눈다. 딱 1년까지만 말이다.
어김없이
식어버리는 사랑
기철과 수영은 항상 똑같은 데이트를 반복한다. 영화관을 가고 밥을 먹는다. 그리고 가끔 쉬러 모텔을 잡는다. 그게 끝이다. 기철은 수영에게 설레지 않는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두 남녀는 손만 잡아도 눈에서 불꽃이 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각자 핸드폰만 보고 있다. 상투적인 대화만 할 정도로 사이가 멀어졌다.
두 남녀는 딱히 크게 싸우지도 않았다. 서로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기철과 수영은 서로에게 설레지 않았다. 그것이 문제였다. 수영은 얼마 전 오래전에 헤어졌던 전 남자 친구와 몰래 연락하고 있었다. 전 남자 친구는 기철보다 키도 크고 직업도 괜찮았다. 며칠 전에 수영은 친구와 길을 걷다가 전 남자 친구와 마주쳤다. 그 남자는 과거보다 더 멋있어졌다. 그 이후로 수영은 그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수영은 일단 남자 친구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양심에 찔리긴 했지만 이미 본능이 수영을 지배하고 있었다.
기철 또한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낯선 여성들과 합석을 했다. 기철은 그중에 귀여운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였고 번호까지 따게 되었다. 기철은 수영 몰래 그녀와 연락을 하고 있었다. 기철과 수영은 함께 데이트를 하면서도 서로 다른 이성과 연락을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두 남녀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다. 기철과 수영은 서로를 운명이라고 느낄 정도로 뜨겁게 사랑했지만, 그 기간은 1년이 채 넘지 못했다. 사랑이 식자 그 둘은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 둘은 이제 헤어질 운명이었다.
도파민은 어떻게
사랑을 파괴하는가?
누구나 사랑을 할 때는 뜨겁게 불타오른다. 처음은 언제나 정열적이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도파민 때문이다. 도파민은 뇌에서 분비되는 소량의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 때문에 많은 역사와 문명이 만들어졌다. 도파민은 대개 쾌락의 호르몬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오해이다.
도파민은 쾌락과 아무 상관이 없다. 도파민은 쾌락보다는 훨씬 더 섬세하고 심층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물질이다. 도파민 활성은 쾌락보다는 '예측 불가능성' 반응에 활성화된다. 즉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기대에 대한 반응에 도파민은 활성화된다.
인간의 뇌는 예측 불가능한 일을 갈망하도록 진화하였다. 그래서 인간은 언제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래를 꿈꾼다. 반면 익숙한 현실에는 흥분과 기대를 느낄 수 없다. 수영과 기철은 어느새 현실을 마주했다. 그 둘은 일상을 언제나 공유했고 연애는 현실이 되었다. 뜨거웠던 도파민 반응은 사라지고 차가운 현실을 마주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만남은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수영은 전 남자 친구를 우연히 만나 도파민이 분비되었다. 기철은 낯선 여성과 합석을 하고 번호를 따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도파민이 분비되었다. 도파민은 가슴이 콩닥거리고 기대와 흥분 그리고 설렘을 동반한다. 그 둘은 새로운 이성 또는 예상치 못한 만남에서 도파민의 노예가 되었고, 그것에 저항할 수 없었다.
부서져버린 사랑
그리고 깨달음
기철과 수영은 헤어졌다. 수영은 전 남자 친구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기철은 귀여운 여성과 데이트를 즐겼다. 그 둘은 되지도 않는 핑계를 대며, 서로를 상처를 주었다. 그래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고 완전히 끝나버렸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수영은 전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나쁜 남자였다. 수영은 따져 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 남자 친구는 싫으면, 헤어지라고 뻔뻔하게 나올 뿐이었다. 수영은 매일 밤을 눈물로 보냈다. 수영은 문득 거울을 보았는데,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기철과 사귈 때는 이렇게 불행하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수영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책을 한다.
" 기철이가 착했지.."
기철과 사귀던 시절 행복했던 추억들이 수영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기철과 함께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손을 붙잡고 거리를 걷던 소박한 경험들부터 시작해서 처음 여행을 가서 설레었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수영은 기철에게 전화를 해볼까 고민해본다.
기철은 그녀에게 차였다. 나이도 어리고 귀여웠던 여성은 기철에게 갑작스럽게 철벽을 치기 시작했다. 기철은 안절부절못한다. 그리고 소위 '읽씹'을 당하여 관계가 완전히 끝나버렸다. 며칠 후 그녀는 다른 남자와 찍은 사진을 당당하게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해놓았다. 기철은 핸드폰을 던지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기철은 매일 술을 퍼마신다. 괴로움에 더 이상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술김에 수영에게 전화를 건다. 수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철의 전화를 받는다. 서로 잘못을 토로했다. 그리고 그 둘은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두 남녀는 끝내 다시 사귀게 되었다. 수영과 기철은 낯선 사람과 예상치 못한 상황이 주는 도파민에서 벗어났고 진정한 사랑을 되찾았다. 두 사람은 기대와 환상이 아닌 현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을 키워나갔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배우자 찾기
바람둥이 전 남자 친구와 어장관리를 하는 귀여운 여성은 도파민을 활성화시키기에 충분했지만, 그 둘은 더 이상 그것들에 끌려 다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도파민이 주는 환상이 불행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둘은 누구보다도 서로를 존중해주고 일상의 지루함을 받아들이게 됐다.
우리는 환상과 공상을 쫒는 것을 멈추고 현실을 마주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미래 바라기' 도파민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호르몬은 현재 지향적인 화학물질들이다. 이 물질들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세로토닌(serotonin), 옥시토신(oxytocin), 엔드로핀(endorphin) 같은 호르몬들이다.
장기적인 동반자 관계는 반드시 필요할까? 안정적인 사랑은 가능이나 한 걸까? 종합적인 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렇다"이다. 문화, 사회, 국적을 망라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한 사람에게 정착한다. UN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남녀의 90% 이상이 49세 전에 배우자를 만나 결혼한다고 한다.
인간은 동반자 없이도 충분히 혼자 살 수 있음에도, 상당 기간을 배우자를 찾는데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안정된 사랑을 하고 배우자를 찾는 게 상당한 가치가 있음을 반증한다. 설렘과 쾌락만을 쫒는 삶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당신은 설렘만을 쫒아 사랑을 찾아 떠나는 철새처럼 굴어서는 안 된다. 그런다 한들 절대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욕망을 막상 이루고 나면 또 다른 것을 원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욕망은 평생 충족되지 않는다. 당신은 언제나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도파민은 당신을 쾌락과 욕망의 길로 인도한다. 그 길 끝에는 파멸뿐이다.
지금까지 쌓인 과학적인 데이터만 봐도 감정이 안정적인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것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안정적인 사랑은 분명 가치가 있다. 당신 옆에 오랫동안 있어준 사람은 황금만큼 존귀하다. 그러니 설레지 않는다고, 또는 익숙하다고 황금을 내다 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은 삼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