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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닥 Nov 17. 2022

책만 읽는 나를 모두가 비웃었다

인생사 새옹지마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이었다. 나는 2평도 안 되는 창고 같은 방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형과 단 둘이 살았다. 그 집은 정말 이상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집인데도 불구하고 난방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우리 방의 보일라 버튼은 주인아저씨 방에 있었다. 그리고 그 아저씨는 한 겨울에도 보일라를 틀어주지 않았다. 그 집은 옛날 기와집 구조였다. 그래서 밤에는 언제나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한 겨울에 보일라를 틀어달라고 부탁해도 주인아저씨는 절대로 틀어주지 않았다. 결국 우리 형제는 보일라가 없는 집에서 살고 있는 셈이었다. 우리 형제는 어쩔 수 없이 전기난로와 전기장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이나 화재 위험이 있었지만, 버텨내야 했다.



나는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았다. 어쩌다 보이는 별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별을 보면서 자주 눈물을 흘렸다. 특히 겨울에는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 어린 마음에 서러웠고 힘들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나는 영혼이 빠진 아이처럼 살았다. 멍하게 살았고 학교에서는 잠만 잤다. 왜냐면 이번 생은 틀렸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집에서 '이문열의 삼국지' 전집을 보게 되었다. 내가 왜 그 책을 집어 들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나는 친구 집에 주기적으로 찾아가 삼국지를 읽기 시작했다. 친구는 게임을 하고 있었고, 옆에서 나는 책을 읽었다.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나는 눈을 반짝이며, 삼국지에 푹 빠져들었다.




책만 읽는 바보


삼국지 전집을 전부 읽어내자, 마음속에 작은 희망의 불씨가 자라났다. 그러나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은 가혹했다. 그 시련을 이겨내기에 나는 여린 청소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삼국지 속 영웅들이 준 용기와 희망은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특별했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항상 잘난 체하던 친구가 한 명이 있었다. 그 친구는 집이 잘 살았던 걸로 기억난다. 그 친구는 나를 보며 언제나 비웃었다. " 책만 읽으면 뭐할 거냐?" 그 친구의 비웃음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책에 대한 어떤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많이 읽으면, 분명 어떤 능력이 생길 거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내 삶은 언제나 혹독했다. 우리 집은 여전히 힘들었다. 우리 형제는 그 정신 나간 기와집을 탈출했지만, 물이 솟구치는 반지하 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집은 특이하게도 365일 내내 방바닥에서 물이 솟구쳐 올랐다. 비가 오는 날이면, 방에 홍수가 났다. 우리가 사는 집만 그랬다. 신기했다. 비가 오는 날은 언제나 긴장상태였다. 집주인은 절대로 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와중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매칭 안 되는 내 모습에 친구들은 언제나 어이없다는 듯이 비웃었다. 책을 읽고 어떤 인사이트를 얻어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 풋.." 이런 소리를 자주 해댔다. 그 이후부터는 친구들에게 책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만 작가가 되고 싶다고 소소하게 꿈을 밝히곤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청소년기가 지나갔다.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로 모른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 괴로웠던 경험들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게 되었다. 힘들었던 경험들이 나만의 강력한 콘텐츠가 되었다. 만약 당신이 현재 힘들다면 오히려 기뻐하자. 왜냐하면, 남들이 겪어보지 못한 고통을 통해 성장하고 특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지만, 올바른 방향성은 분명 존재한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은 바로 책 읽기와 글쓰기이다. 당신이 이 글을 읽었다면, 엄청난 이득이다. 왜냐하면, 내가 10년 동안 헤맸던 것을 단 5분 만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뭐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다면, 서점부터 가보자. 그리고 마음에 드는 책을 르면 된다. 그리고 읽어라. 그게 끝이다. 꼭 어려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소설이든 자기 계발이든 장르에 구분 없이 당신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면 된다. 소설 속에도 인생의 진리가 담겨있다. 자기 계발도 나름에 역할이 있다. 책은 분명 당신을 위로하면서 동시에 성장시킨다. 독서와 글쓰기는 100% 이상 이익을 내는 확실한 투자이다.




꿈을 이루다


당신은 가혹한 환경에서 책만 읽는 바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 바보는 친구들의 비웃음에도 작가라는 꿈을 이루어냈다. 모두가 놀랐으며, 나 또한 놀랐다. 나는 꾸준한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성장하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했고 스스로 약속을 지켰다. 우리 가족 또한 성장하여,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살림이 나아졌다.


( 어린 시절 함께 고생한 형은 아들딸을 낳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집도 샀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했다. 형수님은 미인이고 조카들은 사랑스럽다. 이보다 더 큰 성공이 있겠는가? 나는 형의 성공에 무한한 감사와 기쁨을 느끼고 있다. )



당신이 어린 나이라면,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술 마시며 노는 것도 좋지만, 생산적인 일을 조금이라도 하고 있어야 한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말이다. 뭐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책이라도 읽어보자. 변화는 사소한 계기로부터 시작된다.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도 같다

- 키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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