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토닥 Dec 07. 2021

금주를 하고 나서 생긴 놀라운 변화

술을 끊으면 큰 일 날 것만 같았다

나는 술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분위기에 휩쓸려 항상 과음을 하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술로 인한 사건사고가 많았다. 아직까지 별 탈 없이 잘 살아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술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줬다. 술처럼 자극적이고 재밌는 것도 없다. 술을 마시고 나면 무엇을 하든 재미가 있었다. 사소한 것도 웃음이 나오고 그렇게 신이 났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나를 마시기 시작했다. 나의 문제는 술자리를 쫓아다니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었다. 태생 자체가 술을 잘 해독하는 편이 아니라 다음날 항상 숙취로 고생했다. 나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무리하게 술자리에 나가 어떻게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곤 했다.


몸의 이상은 20대 후반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살을 찌고 피부는 푸석푸석 해지고 생기가 없었다. 항상 내 눈과 얼굴은 부어있었고 점점 못생겨지고 있었다. 그러자 자존감도 덩달아 떨어졌다. 문제는 나는 원래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금주 결심의 이유


금주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예쁜 조카들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나는 조카들을 돌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나는 조카들에게 어떤 삼촌으로 기억될까?" 그리고 거울을 보았다. 기운 없고 뚱뚱한 아저씨가 조카를 안고 서있었다. 나는 내 마음에 순간 불이 화르륵 켜지는 걸 느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저녁에 고된 일을 하면서 나는 도저히 술을 마실 수 있는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러자 내가 항상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났다. 바로 관계의 고립이었다. 술을 마실 수 없게 되자 술로 인연을 맺었던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나갔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나는 더욱 외로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금주를 해보자고 결심했다. 사실 나에게 있어 술을 끊는다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술은 유일한 취미이자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술을 끊는다는 것은 혼자 고립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해야만 했다. 나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술을 끊고 생긴 변화들


제일 큰 변화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생기자 생산적인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는 시간도 더 많아졌고 운동할 시간도 생겼다. 술을 마시고 나면 이틀을 전부 무의미하게 보내던 전과 달리 술을 끊자 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시간은 생각보다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금주를 하고 나서 깨달았다. 그렇게 시간은 금이라고 외치던 철학자들이 왜 그렇게 시간을 강조했는지 이번에 조금이나마 알 거 같았다. 금주를 하고 나니 점점 눈에 생기가 돌았다. 나는 무언가 하고 싶어졌다. 그전에는 들지 않았던 의욕이 마구 샘솟는 거 같았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졌다. 나는 일을 하면서 사회복지사를 취득했다. 또한 블로그를 시작했다. 돈에 대한 공부를 하고 투자도 시작했다. 과거의 나는 모두 불가능한 일이었다.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만큼 세상을 잘 모르고 살아왔다. 


금주를 하고 나니 얼마나 내가 술로 인생을 낭비했는지 알게 됐다. 나는 술을 끊은 지 2년이 다돼간다. 아예 입에도 대지 않았다고는 하지 않겠다. 내가 술을 끊었다는 의미는 무의미한 술자리를 끊었다는 말이다. 즉 가족 모임이나 부득이하게 마셔야 되는 날 말고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금주를 하자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10KG 이상 감량에 성공했고 지금은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체력도 좋아졌다. 금방 지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매일 운동을 한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배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각종 매체에서 나오는 사람들처럼 우락부락하고 멋진 근육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만큼의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금주의 효과는 단순하게 술을 끊는다가 아니라 삶 자체를 바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효과는 대단하다.



과도한 음주는 

인생을 망친다


나는 건강 다큐멘터리에서 젊은 알코올 중독자분들에 대한 것을 시청한 적이 있다. 그분들은 나이 성별 다양한 사람들이었지만 하나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모든 성장은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술은 뇌세포를 파괴시켜 그것조차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거 같다. 젊은 사람이 무슨 알코올 중독이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는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정말 많지 않은가?


그분들은 스스로가 알코올 중독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술을 마셔도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회사에 지각하지 않고 업무를 잘 수행하고 일상생활을 잘 해낸다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을 전부 하고 나서 마음껏 술을 마시는 것이니 알코올 중독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분들의 논리는 바로 이렇다. " 나는 해야 할 일을 전부 한다. 그러니 술을 마셔도 문제가 없다."였다. 다큐에서 의사 선생님은 아무리 정상적인 일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알코올 중독이라고 단호하게 못 박았다.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모두 충격을 받은듯했다. 


이렇듯 술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삶을 조금씩 파괴시킨다.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나는 음주를 간단히 즐기는 문화가 빨리 정착했으면 좋겠다. 무조건 만취해야 되는 술 문화는 정말 나쁘다고 생각한다. 술을 못 마시면 재미없는 사람 취급하는 사회적 편견도 사라져야 한다. 


그래도 요즘은 옛날보다 술 문화가 많이 나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술 문화에 대한 회의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고 실제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지고 있는 거 같다. 술은 항상 기분 좋게만 마시고 과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매일 조금씩이라도 술을 마신다면 그것 또한 좋은 습관은 아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술을 잘 해독하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남들보다 술을 잘 마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단지 알코올 해독능력이 뛰어난 것에 불과하다. 그만큼 간이 더 많이 술을 해독하기 때문에 당연히 건강에 좋지 못하다. 술에 강한 것이 아니라 단지 간이 해독을 잘하는 것뿐이다. 간이 술을 분해하면 그 독소가 몸에 쌓인다. 간 기능 또한 저하된다. 


술을 끊고 나서 생긴 좋은 변화는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갑자기 술 약속이 생겨서 해야 될 일을 뒤로 미루지 않게 됐다. 또한 숙취로 하루를 날려버리지 않아도 된다. 이 작은 시간들이 쌓여 의미 있는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쌓여 의미 있는 일을 이룰 수 있는 1년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알았으면 좋은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