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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닥 Apr 21. 2023

거짓말이 없는 세상

글토닥 단편소설 ep.1

" 어라? "


갑자기 세상이 뒤집어졌다.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수 없어진 것이다. 뉴스는 연신 거짓말에 대한 보도로 난리가 났다.



사람들은 당황했다. 회사, 집, 어디에서나 싸움이 번져나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 네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



온 거리에 싸움이 번져나갔다. 도시는 점차 기능을 잃기 시작했다. 정부는 사실상 아무런 대책도 내놓고 있지 못했다. 



거짓말이 없으니, 연기도 불가능했다. 배우도 영화도 드라마도 모두 사라졌다. 우리가 누려왔던 콘텐츠는 빠르게 소멸되어 갔다.



사람들은 점차 생기를 잃어갔다. 그리고 폭력과 살인이 난무했다. 경찰 또한 무장을 하고 순찰을 다녔다.



잠깐의 시비가 싸움으로 번졌다. 도시는 점자 회색빛으로 물들어 갔다. 밤에는 출입이 제한되었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이윽고 대화 금지령이 내려졌다.



국가 긴급 사태!

대화 금지령을 선포합니다.



거리의 전광판에도 대화 금지령이 대문짝 하게 걸렸다.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모든 시민들이 마스크를 끼고 다녔다. 입을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코로나라는 질병으로 마스크를 낀 적이 있었다.



지금은 말을 하지 않기 위해 마스크 의무화가 시행되었다.



2년 뒤..



거짓말이 사라지자 결혼 시장도 붕괴되었다,  남녀는 서로를 사랑할 수 없었다. 새로 태어나는 아기는 0 이 되었다. 출산율이 0이 되자 남아있던 작은 희망마저 사라졌다.



5년 뒤...



인간은 서로를 혐오하기 시작했다. 협력도 끊기고 문명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뉴스도 방송도 더 이상 송출되지 않았다. 밖에 나오는 사람도 없었다. 불행도 행복도 전부 사라진 세상 같았다.



10년 뒤....



고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시체 썩는 냄새가 거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길거리에는 야생 동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서로를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곳곳에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한 소녀가 거리로 나왔다.



소녀는 새하얀 피부에 허리까지 오는 풍성한 머릿결을 가지고 있었다. 회색 도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환하게 빛나는 소녀의 외형만으로도 충분히 고귀해 보였다



소녀는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과거에 유행하던 구식 블루투스 마이크였다. 소녀는 경쾌하게 마이크를 툭툭 쳤다.



" 아아 마이크 테스트~~ "



조용하던 거리가 소녀의 청량한 목소리로 채워졌다.



" 안녕하세요! 모두들 밖으로 나오세요! "



숨어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의 목소리는 마치 치유의 힘을 가진 듯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소녀는 대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소녀가 시끄럽다고 생각했다. 한두 사람 소녀를 막기 위해 참지 못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소녀 앞에서 공격성은 사라졌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소녀 앞에 앉아 노래를 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녀 앞으로 몰려들었다. 구원을 기다렸다는 듯이 마치 어린양처럼 소녀 앞에 주저앉았다. 그들의 모습은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아무도 씻지 않아 상상초월적인 냄새가 났다. 소녀는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소녀는 방긋 웃으며 노래를 이어 불렀다.



노래는 몆 시간이고 이어졌다. 그리고 사람들을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인류는 고작 몇 백 명 밖에 살아남지 못했다. 거대했던 문명도 협력이 사라지자 금세 무너진 것이다.



소녀는 노래를 멈추고 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서로를 사랑하세요. 진정성을 가지세요. 여러분들을 할 수 있을 거예요. "



휘황찬란한 빛이 소녀 뒤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이내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귀신이라도 본 마냥 눈을 꿈뻑였다.



그렇게 인류는 다시 태어났다. 거짓말이 없어도 서로를 진정 사랑할 수 있는 진보된 인류로서 말이다.



수백 년이 흘렀다.



인류는 세계 정부를 만들었고 인류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협력했다. 거짓말이 없어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인류는 빠르게 문명을 재건했다. 화성도 갔으며 테라포밍도 완성하였다. 인류의 문영은 진보되었으며 모두가 행복해했다.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쓸데없는 혐오와 논쟁은 사라졌다.



신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셨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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