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겨울
어릴 때만 해도 눈이 오면, 기분이 설레고 좋았다. 눈이 오면, 한 번 나가 눈길 위를 걸어보기도 하고 괜히 뭉쳐서 눈뭉치를 만들기도 했다. 근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재난 문자가 와 있었다. 대설특보주의보였다. 나는 부스스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보았다.
시야를 가릴 정도의 대설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 다음 주까지 눈이 잘 녹으려나? 도로가 얼면 안 되는데.. "라는 걱정이었다. 혹시 오가는 길이 빙판이 될까 봐, 눈을 또 치워야 되니, 귀찮은 생각밖에 안 들었다. 눈비는 운전을 하는데, 방해가 된다. 차선도 잘 안 보이고 도로가 미끄러워 위험하다. 눈을 치우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다. 나는 순간 왜 어른들이 눈 오는 걸 싫어했는지 진심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눈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 이제 나도 어른이 되었구나..."
어린 시절에는 눈이 많이 오면 그렇게 좋아했었다. 눈이 오면, 일단 밖에 나가서 눈사람을 만드는 게 동네의 규칙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았다. 눈이 오면, 약속이라도 한 듯 동네 아이들이 전부 밖으로 나왔다.
처음 보는 친구도 있었고 원래 알던 친구도 있었다. 다 같이 삼삼오오 모여, 눈싸움을 시작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눈이 오면, 그렇게 놀았다. 눈사람을 만들고 예술혼을 불태웠다. 집에서 안 쓰는 장갑이나 옷을 가지고 와서 눈사람에게 입혀주었다.
눈 사람의 손을 만들어주자고 아이들은 각자 뛰어다니며, 나뭇가지를 찾으러 다녔다. 그렇게 완성된 눈사람을 보며 모두가 즐거워했다. 그런 시절이 되돌아보니, 마치 드라마 같았다. 나와 친구들의 웃음소리는 추억이 되었다.
계단에 염화칼슘을 뿌리고, 집 앞을 쓸어야 한다.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눈이 계속해서 온다. 눈이 멈춘다면, 장갑을 끼고 눈을 쓸어야 한다. 빙판길이 생겨서 넘어지지 않게 동선마다 염화칼슘을 뿌려야 한다. 눈이 녹고 얼지 않게 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의 겨울은 눈썰매를 타고 눈사람을 만드는 것이었다. 어른이 되니, 눈은 사투를 벌어야 하는 날씨가 되었다. 군인들도 눈이 오면 밖으로 나와 전부 치워야 한다. 공무원도 대설특보가 뜨면, 비상이 걸린다.
어른의 겨울이란 무엇일까? 바로 책임이다. 어른은 무작정 눈 오는 걸 즐거워할 수가 없다. 이제 내가 그런 입장이 되니, 과거의 어른들이 눈이 오면, 싫어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귀찮고 해야 될 게 많았던 것이다. 나는 그걸 전혀 몰랐고 마냥 즐겁게 놀 수 있었다.
나는 흩날리는 눈을 지그시 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이들이 아무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과 노력 덕분이었다. 나는 어른들의 얼굴이 항상 고단해 보이고 웃음끼가 사라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날씨나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되는 어른들의 인생은 고단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글을 다 쓰고 눈을 치우러 나갈 것이다. 이제는 나도 어른이 되었다. 누군가 넘어지지 않도록 눈을 치워야 한다. 염화칼숨을 뿌리고 눈을 맞으며, 빗자루질을 해야 된다. 눈이 오면, 일이 늘어난다. 그래도 해야 된다. 분명 누군가는 해야 된다. 어른이 되어 보니, 이제는 눈이 많이 오는 게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다.
글토닥 작가의 < 예민함이 나만의 무기가 되도록 > 신작 보러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