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가 처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세속적인 목표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네이버 블로그였다. 그때 당시 나는 글을 써 본 적이 없었다. 책은 어느정도 읽었지만, 블로그를 시작할 당시에는 책을 손에서 놓은지 오래였고, 활자가 낮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머리가 아플정도였다. 500자 이상 작성하는 일도 힘에 부쳤다. 글쓰기가 어려우니깐 " 블로그가 정말 돈이 될까? " 라는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래도 나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왜냐면, 다른 부업은 효율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부모님 가게에서 일을 했다. 오전 시간이 비었고, 나름대로 이 시간을 활용해 보기로 한 것이다. 오전에 할 수 있는 부업이라고 해봐야, 배달 알바가 전부였다. 다이소 알바도 해보았지만, 시간 낭비를 하는 것 같아 금방 그만두었다.
오후에 심한 중노동에 시달리니, 오전에도 몸으로 하는 일을 하면 안됐다. 그렇기에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을 찾아야만 했다. 가장 현실적인 부업은 ' 블로그 ' 밖에 없었다. 내가 큰 일을 하고자, 높은 소명감을 가지고 글쓰기 생활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구체적인 계획을 잡고 블로그 생활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돈도 벌고 서평도 기록할 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과거에 서평을 나름대로 써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은 있었다. 부업도 된다고 하니, 나름대로 동기부여도 됐으리라.
3달정도 꾸준히 글을 쓰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재미를 느끼고 있었고, 무언가 잘 될 것 같다는 직감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기대한만큼의 돈은 벌지 못했다. 게다가 내가 선택한 주제는 ' 도서 ' 였다. 가장 돈이 안되는 주제를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블로그를 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 어떻게 하면 글로 먹고 살 수 있을까? " 였다. 나는 글쓰기에 꽤나 재능이 있어보였고, 글을 쓰면서 마음의 상처도 치유 되고 있었다. 일석 이조의 글쓰기를 포기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어릴적 꿈이 떠올랐다.
" 맞어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어. "
고등학교때, 친구들을 캐릭터 삼아 만화를 그린적이 있었다. 허름한 노트에 대충 그린 만화는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왔다. 내 만화책을 학우들이 돌려봤고, 선생님 손에까지 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소식을 듣자, 얼굴이 새파래졌다.
혼날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작가로서 재능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격려해 주었다. 단아하신 영어 선생님은 ' 궁 ' 이라는 만화를 예를 들면서 만화가로서 살아볼 것으 제안하셨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내 만화는 어느덧 학교에 소문이 났고, 졸업 앨범에 담아보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담임 선생님은 적극 추진하였으나, 그때 당시에는 이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만화가 실리지는 않았다. 나는 가장 친한 친구와 점심을 먹고 운동장을 돌면서 이런 말을 했었다.
" 야.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 "
" 어떤 작가? "
" 웹툰작가? "
" 좋네 그거 "
친구와 덤덤히 나눈 대화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이었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수 없지만, 깊은 무의식에 내려앉아있던 소중한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서른살에 철이 없게도,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웹툰 작가가 아니라, 에세이 작가가 되기로 했다. 그림은 당장 배우기가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하게도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 글 ' 이라는 도구가 선택되었다. 나는 작가가 되기만 한다면, 기회가 열릴 것이라 굳게 믿었다. 암울한 현실을 타개하고 무언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외롭고 험난한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