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함의 연속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작가가 되었을 뿐이다. 나는 당황했다. 왜냐면, 작가가 되면 이곳저곳에서 강의 요청을 한다거나, 뜻밖의 기회들이 찾아올 거라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다.
기회보다는 주변의 어른들에게 가장 많은 칭찬을 받았다. 가족, 친지는 나에게 대단하다고 말해주었다. 짜릿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인세는 생각보다 적었고, 글 쓰면서 먹고살겠다는 꿈은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나를 괴롭히는 것이 또 하나 있었다. " 작가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남들에게는 해낼 수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가능할지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불안감에 잠도 잘 자지 못했다. 너무나 추상적이고 막연한 꿈에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느낌마저 든 것이다.
밤새 글로 돈 버는 법을 검색했다. 관련된 책도 읽어보았다. 그런데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찾아낸 답이라곤 글쓰기만 해서 먹고사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차가운 현실뿐이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글 쓰면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런데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줘야 한다. 콘셉트도 좋아야 하고, 기획도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시대적인 흐름도 잘 타야 하며, 유명세도 필요하다. 나는 그 어떤 것도 갖추고 있지 못했다. 그야말로 평범 그 자체였던 것이다.
나는 그럴수록 글쓰기에 몰입했다. 글을 잘 쓰면, 이 모든 역경과 방해물을 넘어설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글을 쓰면 쓸수록 점차 지쳐가고 있었다. 공허가 마음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 나는 뭐 하려고 수년간 노력해서 작가가 되기를 열망했을까.."라는 비관적인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나의 내면에는 스멀스멀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허왕된 생각 그만하고 일이나 해라. "
" 피땀 흘려 돈을 벌어라. "
" 글 써서 먹고살 수 있겠어? "
나는 내면의 그림자와도 싸워야 했다. 오후에 출근도 해야 했다. 하루 8시간씩 하는 육체노동도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오전에는 글쓰기에 몰입하고, 오후에는 가게에 나가 일을 하며, 꿈을 키워나갔다. 나는 부모님 가게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나는 2가지 길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첫 번째는 작가로 생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부자가 되어 살아가는 행복한 길이었다.
두 번째는 부모님께 주방일을 배워 창업하는 길이었다. 나는 그럭저럭 요리를 잘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이 길도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나 더 흥미가 생기는 길은 역시나 ' 작가 '였다. 나는 대책 없는 몽상가는 아니라서, 가난한 작가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가난이라면, 지겹도록 경험해 보았다. 이제는 돈 잘 버는 작가로 살고 싶었다. 나는 돈을 사랑했고, 돈을 친구로 여겼다. 돈이 없다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내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이유는 딱 2가지뿐이다.
하나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함이다. 둘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다. 나는 사치나 명품, 비싼 집, 비싼 차를 소유하기 위해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게 아니었다. (물론 여유가 있다면, 비싼 의식주를 소비할 의향은 있다) 내가 돈을 사랑하는 이유는 단지, 자유를 위해서다.
나는 고민을 하였다. 혼자서 하는 고민은 몽상으로 빠지지 십상이었다. 그럴 때마다 불안을 부수는 도끼가 필요했다. 나는 책을 읽었다. 책은 나만의 무기였고 도끼였다. 멘토들의 책을 읽으며,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나의 분명한 핵심 목표를 매일 다짐하였다. 나는 글쓰기를 사랑하였고, 양질의 글로도 먹고사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글쓰기로 창업을 하기로 했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토닥이며, 꿈과 희망, 경험과 지혜, 지식을 전달하는 메신저로 살기로 다짐했다.
잡생각은 잠시 옆으로 밀쳐 두고 일단 최대한 많이 퀄리티 있는 글을 생산하는데 집중했다. 나는 콘셉트를 고민하였고, <예민함의 온도>를 기획하였다. 브런치북과 매거진에 예민함에 대한 글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나는 동시에 글쓰기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왔다.
두 번째 출간 제안 메일을 받은 것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ookmir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