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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닥 Jul 17. 2024

의외로 출간 과정은 힘이 들었다

기다림

출판 계약은 곧 고난의 알림 소리였다. 나는 출판사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원고를 쓰고 제출하고, 수정하며 더 나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 과정은 지지부진했다. 출판사는 내 책을 빠르게 만들어주지 않았다. 



출판 계약을 했을 때, 나는 꾸준히 브런치에 칼럼을 작성하고 있었고, 그 글들을 모아 출간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놀랍게도 출판사에서는 어떠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무려 6개월이 넘게 말이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딱히 불만은 없었지만, 혹시나 책이 나오지 않을까 불안감 들었다. 그래도 소통하는 편집자님이 계셨고, 간헐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서 재촉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출간 지연에 마음이 쓰라렸던 것은 사실이었다. 




계약은 했지만

책이 안 나온다


주변 사람들이 계속 나에게 책이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았다. 



" 아 그게... 조금 딜레이 됐어요."

" 너 출간 계약한 지가 엄청 오래됐는데, 아직도 책이 안 나오는 거야"

" 네.. 뭐 그렇죠. "




나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나를 속상하게 한 것이 또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아들이 작가가 된다고 하니, 여기저기 지인분들에게 홍보를 해두셨는데, 책이 출간이 되지 않자 씁쓸해하셨다. 




" 책이 왜 안 나오는 거야? "

" 모르겠어. 분명 12월에는 나올 수 있다고 했는데 말이야. "

" 너 사기당한 거 아니야? "

" 아니야 (웃음) "

" 아니면 다행이고. "




부모님은 그날 이후로 책이 언제 출간되냐고 물어보시지 않으셨다. 나는 조급해졌지만, 출판사에게 재촉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왜냐면 신인 작가였고, 갑은 내가 아니라, 출판사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출판사가 갑자기 일정을 바꾸고, 계약을 파기하고, 출간을 취소하겠다고 하면 나는 굉장히 곤란해지는 상황이었다. 나는 유명한 유튜버도 아니고, 인플루언서도 아니었으니깐 말이다. 걱정에 시름시름 앓기도 했다. 왜냐면 작가가 되는 일은 무려 2년간 나의 모든 걸 쏟아부었으며, 사활을 건 중대 프로젝트였기 때문이었다. 



만약 작가가 되지 못한다면, 핵심 목표가 전부 다 뒤틀릴 판이었다. 정말 다행히도 출판 계약을 하고 나서 1년이 조금 지나서야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출간 날짜는 2023년 02.27일이었다. 원래보다 출간 예정일보다 3개월이나 늦어진 시점이었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또다시 책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참새는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했다. 글쓰기가 방앗간이라면, 나는 참새였다. 참새는 매일 방앗간으로 출근한다. 나도 그랬다. 내가 글쓰기를 즐겼기 때문에 오랜 시간 고통스러웠던 출간 과정을 견뎌냈을지도 모른다. 원고를 충당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이겨냈고, 출간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도 극복했다. 의외로 힘이 들었고 생각보다 출간 과정은 쉽지 않았다. 



나는 출간 계약을 하고서도 글쓰기를 매일 했다. 핑계를 대지 않았고 스스로 글쓰기를 멈추지도 않았다. 글쓰기 생활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나자, 관성의 법칙처럼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며칠만 글을 쓰지 않아도,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까지 생겨버렸다. 이제 중독될 것이 없어, 글쓰기에 중독되어 버린 것이다. 



꾸준하게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은 글쓰기도 탄력성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쓰다 말고를 반복하면, 작가가 될 수 없었다. 작가라면, 매일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아무 글이라도 써야 했다. 직장인이 회사에 출근하듯이, 자영업자가 가게를 오픈하듯이 작가는 매일 글을 써야 했다.



쓰고 싶은 글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을 때는 정말로 곤란했다. 내 머리를 쥐어뜯기도 하고, 유튜브를 보면서 영감이 찾아오기를 기도해 보기도 했다. 책을 읽거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동네를 뛰어다니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한숨 자거나 푸시업을 시도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2년 동안 글쓰기라는 친구와 울고 웃었다. 내가 이렇게 까지 글쓰기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바로 ' 글로 창업하기' ' 글 써서 먹고살기 '를 성취하기 위함이다. 나는 분명히 길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일도 목표로 두기로 했다. 언젠가 반드시, 꿈을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 글쓰기라는 분야에서 하는 체계적인 노력이 힘이 되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2023년 02.27일 나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되었다. 정식적인 작가라는 타이틀이 생긴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의미 있는 업적을 달성한 것이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였다. 



작가가 되었지만, 놀랍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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