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나보다 글을 잘 쓸 때,

by 글토닥


나는 무명작가다. 소설을 쓰는 사람도 아니다. 칼럼을 쓰는 글쟁이다. 그래서 AI가 등장한 이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 나보다 잘 쓰는데? "라는 생각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진지하게 글 쓰는 직업이 위태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생각이 많다. 급류처럼 휘몰아치는 생각을 어찌할 바 몰랐다. 어린 시절부터 생각이 너무 많다는 핀잔을 자주 들었다. 그래서 내가 특이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 깨달았다. 나 같이 생각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길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바로 글 쓰는 일이다.



글쟁이의 조건은 '생각'이라는 재료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생각이 없고, 단순한 사람은 글쓰기를 무엇보다도 두려워할 것이다. " 쓸 게 없어! "라는 말은 분명 진실일 것이다. 정말로 생각이 없기에 쓸 것도 없는 것이다.



사실 생각이 많다는 것은 저주에 가깝다. 너무 많은 생각에 짓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머리에 수십 킬로짜리 짐을 짊어지고 산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가엾은가?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털어버리지 않으면, 그 무게에 압사당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나는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글을 쓰면서 먹고살아야겠다. '라는 꿈으로 이어졌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요즘 나의 머릿속을 난도질하는 고민이 생겼다.



바로 AI이다. 이놈의 인공지능은 무서울 정도로 탁월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보다 더 논리적으로 글을 잘 쓰는 것 같다.



나는 인공지능을 보조 작가로 채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월 3만 원만 내면, 내가 쓰고 싶은 주제의 논문과 연구 자료, 과학적 지식을 높은 정확도로 수집해 준다. 놀라운 일이다. AI 덕분에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1/3로 줄어든 것 같다.



가끔은 AI가 나보다 잘 써서, 내가 쓴 글인지, AI가 쓴 글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깐 인공지능의 글이 너무 훌륭해서 그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내가 편집자의 위치에서 AI라는 작가의 글을 분석하고, 맥락만 교정해 준 느낌이랄까?



분명 편하고, 시간도 단축되고, 좋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 찝찝함을 발견했다. 바로 ' 재미없음 '이다.



나는 글을 쓰면서 재미를 느낀다. 폭발하는 사고와 생각의 흐름이 모니터에 출력되는 일이 경이롭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지, 아니면 나의 영혼이 개입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글쓰기에 몰입하는 일은 재미있다.



그런데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나서, 이런 재미를 자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딸깍하면, AI가 전부 글을 써주니 얼마나 편한가? 원래 인간은 편한 쪽으로 습관을 형성하게 되어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은 AI가 없으면, 글을 쓰지 못할 정도로 의존하고 있다.



요즘은 내가 AI가 쓰는 글을 보조 작가의 입장에서 돕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기분이 나쁘다. " 원래 글이라는 것은 내 마음의 발전소에서 생산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 이런 자아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돌려버릴 수밖에 없다.



" 일단 편한데 어쩌라고! " 라며 내면의 비판적이 목소리와 대치한다. 우리는 싫든 좋든 습관의 노예이다. 그렇기에 AI를 활용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요즘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AI보다 글을 잘 쓰는 능력이 아니라, AI와 함께 잘 쓰는 능력이 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글을 잘 읽지 않는다. 그렇지만, 글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깊이는 영상 콘텐츠가 절대로 따라 할 수 없다. 글은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경쟁하지 않는다. 글은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다. 그래서 글은 조용하지만 위대한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다. 분명 글이라는 콘텐츠 수단은 오랫동안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글로 많은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에 가깝다. 글재주만으로 꾸준히 수익을 달성하는 일은 힘들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나는 독자들과 소통하고, 집단을 이루고,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왕국을 건설하고 싶다.



분명 나처럼,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글을 써야만 하는 인격을 지닌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보다 글을 잘 쓰는 AI가 있지만, 그럼에도 상관없다. 분명 인공지능은 논리적이고, 객관적이며, 실수하지 않고 탁월하다. 분명 훌륭하다.



그렇기에 인간이 직접 쓰는 글은 더욱 창조적이고, 독특하고, 개성 있으며, 특별할 것이다. 실수로 가득한 글, 감정과 사견이 가득 담긴 글이 오히려 가치 있게 여겨질 것이다. 글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쓰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그런 글은 AI가 더 잘 쓴다. 자료를 수집하고,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글은 주목받지 못한다.



이제 글은 변신해야만 한다.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 가까워지는 글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이제 글은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을 넘어서,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칼럼을 쓰는 사람일지라도, 문학적 표현을 연구하고, 사람의 마음을 여는 방법을 연구해야 된다.



이것이 글쟁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역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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