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청년이 현자를 만나다

1장

by 글토닥


한 청년이 있었다. 그의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불안한 미래, 불쾌함을 주는 주변 사람들, 무심한 가족들, 가난한 환경이 청년의 마음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청년은 이 세상에 불만과 불평이 많았다. 사람들은 청년을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 했고, 본인조차 그렇게 했다.



오랜 세월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폭풍우에 시달린 외로운 청년은 구원을 바랐다. 청년은 인생을 이끌어줄 멘토를 찾고 싶어 했다. 그 바람을 이루어내기 위해서 집에만 머물던 습관을 버리기로 작정했다. 청년은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들을 만나서 현재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지, 순수한 호기심이 들었다. 그러나 청년은 어디에 현명한 인간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책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현자를 찾기로 결심했다.



몇 달 동안 현자를 찾아 헤맸지만, 얻은 것이 없었다. 독서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애석하게도 책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또한 자신처럼 진리나 지혜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으며, 간절히 바라지도 않았다. 청년은 실망했지만, 탐색은 멈추지 않았다.



청년은 불행한 인생을 극복하기 위해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다. 그래서 독서 모임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청년은 숨어있는 현자를 찾기 위해 최대한 자기 자신을 낮췄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만 할 뿐, 깊은 지식이나 지혜가 없어 보였다. 책에 대한 통찰 없이, 책에 대해 토론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속됐다. 청년은 인내심을 가지고, 현자를 찾기 위해 애썼다. 여러 독서 모임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특별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60대 초반의 남자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풍성하고 자연스러운 회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고, 부드럽게 뒤로 넘겨져 있었다. 은빛 머리칼과 수염은 현자의 정체성과 연륜을 보여주는 듯했다. 또한 부드러운 인상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의 눈은 마치 고요한 호수처럼 깊고 투명했다.



청년은 그에게서 상대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날카로움을 읽을 수 있었는데, 동시에 따뜻함과 인자한 분위기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청년은 모임 내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던 현자에게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받았다. 게다가 간혹 툭툭 내뱉는 그의 통찰은 청년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청년은 마침내 그에게서 인생의 답을 찾기로 결정했다.






청년은 모임이 끝나고 다짜고짜 현자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삶이 불행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보기에 깊은 통찰을 품고 계시면서도, 겸손하십니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삶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



현자는 순간 당혹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평온한 인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천천히 청년을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 나 또한 자네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네. 마음속 깊이 불만이 가득하더구먼.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듯 보였네. 내가 삶의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다니, 놀라우면서도 기쁘네. "



현자는 차분히 말했고 청년은 긍정적인 대답을 원했다. 이를 알아챘는지 현자는 낡은 지갑을 꺼내, 그 안에서 조촐한 명함을 청년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현재 은퇴를 하고, 지금 강동에서 심리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네. 정말로 인생의 답과 지혜를 알고 싶다면, 이곳으로 찾아오게."



현자는 청년의 어깨를 두드리며, 자리를 떠났다. 청년은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성공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알 수 없는 희열이 느껴졌다. 명함을 보자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현자의 심리상담소가 있었다. 그 명함을 통해 현자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년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현자의 프로필에는 놀라운 이력들이 많았다. 수십 권의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하면서, 수백억 자산을 가진 부자였다. 현자는 젊은 시절에 결혼도 했으며, 슬하에 자녀도 있었다. 또한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었다. 특히 사회복지와 공헌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 보였다.



청년은 혼란스러웠다. " 지혜로운 사람은 은둔 생활을 하지 않나? "라고 생각한 것이다. 청년은 현자란 본연 군중 속에서 멀어져, 혼자서 사색하는 생활을 통해 진리를 구한다고 믿고 있었다. 만약 청년이 현자의 이력만을 보았다면, 그가 현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은 현자와 대면하여 대화를 나눴고, 그가 풍기는 알 수 없는 매력에 이끌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청년 본인은 자신의 직감과 사람을 보는 눈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지혜로운 사람인지, 아닌지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






청년은 떨리는 마음을 안고 강동의 심리상담소로 향했다. 날씨가 매섭게 추운 11월 겨울이었다. 현자의 심리상담소는 역에서 조금 벗어난 오래된 빨간 벽돌의 허름한 상가 건물 2층이었다. 동네 곳곳에는 '경축! 조합설립동의 충족 재건축 시행 확정'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어떤 할머니는 지팡이 대신, 유모차를 끌고 거북이와 비슷한 속도로 어디론가 바쁘게 걷고 있었다. 젊은 활기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조용한 동네였다. 청년은 삐그덕 대는 문을 열고 심리상담소에 들어갔다. 유행을 타지 않는 묵직한 갈색 소파가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조명, 그리고 벽면을 빼곡히 채운 수많은 철학 서적들이 시선을 빼앗는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고풍스러운 향기가 난다. 그 누구라도 분노와 불안을 가라앉히는 피난처와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다. 접수를 완료하고 청년은 현자와의 대면을 기다린다. 시간이 되자, 청년은 현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바깥세상의 소음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적막한 공간이 청년을 맞이했다. 바쁜 현대 사회와 다르게 이 공간만이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단단해 보이는 짙은 색의 원목 가구와 차분한 그린 톤의 벽지가 아우러져 있었다. 창가에는 얇은 리넨 커튼이 쳐져 있었고, 오후의 햇살이 수줍게 스며들고 있었다.



방 한가운데, 낡은 가죽 안락의자에 그가 앉아 있었다. 모임에서 봤을 때보다 체구는 조금 더 작아 보였으나, 공간을 장악하는 존재감은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졌다. 회색빛이 도는 풍성한 머리칼과 정갈한 턱수염은 창틈으로 스며든 햇살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두꺼운 회색 카디건을 걸친 그의 어깨는 넓으면서도 편안해 보였다.



" 먼 길 오느라, 고생했네. 이리 와서 편히 앉게 "



낮은 중저음의 울림 있는 목소리가 방 안의 공기를 가르며 청년에게 닿았다. 청년은 아무런 근거 없이, 자신의 불행한 삶을 위로하는 구원의 서막이 열렸다는 감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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