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여행-김민철

여행은 무한히 헤매고, 유용해지지 말고, 다시 못 볼 이 곳을 즐기는 것

by 시티오브

⭐별점: ★★★★★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image.png

내가 이 책에 별 5개를 준건 순전히 내 사심이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 웃음이 스멀스멀 나왔다. 작가가 꼭 나 같았기 때문이다. MBTI로만 사람을 좌우할 수 없지만, 김민철 작가님 나와 같은 MBTI인가 싶을 정도로 여행하는 스타일도 비슷하고 여행하면서 했던 생각도 비슷했다. 작가의 말들이 내 경험과 겹칠 때 '아, 이 에세이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닌 것 같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에 감명을 받아서 '10만 독자가 사랑한 책'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것 같다. 실제로 평들을 보면, '이 책이 여행 메이트가 됐다', '어느 순간부터 두려워졌던 여행이 이 책을 읽고 다시 나의 기쁨이 됐다'와 같은 말들이 많다.

pexels-adam-palvolgyi-541517852-16662503.jpg

책에도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만, '리프레시'라는 말 때문에 여행이 또 하나의 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p.163) '좋은 것, 예쁜 것, 맛있는 것'을 한가득 즐기고 와야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작가도 한때는 그랬다.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우연히 들어간 골목길,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었던 시간'처럼 '여백'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알게 된다. 여행이란 '가장 나다워지는 순간'이라는 것을. 그래서 참으로 명쾌한 여행 에세이였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뜻밖에도 사람이다.

KakaoTalk_20260204_230836360_02.jpg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바로 '사람 이야기'다. 여행할 때 재미는 기억에 남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데 있다. 특히, 작가는 혼자서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이때의 장점은 바로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작가가 여행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산더미처럼 고기를 쌓아놓고 고기 만찬을 함께 즐겼던 이탈리아 사람들, 3년 전 리스본 여행에서 매일 갔던 단골 술집의 사장님, 프랑스 골목에서 버스킹을 하던 부끄럼 많은 독일인 연주가...' 등등


이들과 우연히 만나 우연히 대화를 나눈 그 순간들을 작가는 빠짐없이 책에 담았다.

image.png

여행을 하면 장소보다 사람이 더 기억에 남을 때가 많다. 일상에서는 지옥철이나 버스같이 좁은 공간에서 서로 몸을 부대껴야 해서 불편했던 '타인'이, 여행을 가서는 아주 뜻밖의 행운으로 다가온다. 사람에 관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게 바로 여행이다.


책을 읽으며 순간 떠올랐던 기억이 있었다. 미국으로 혼자서 여행을 갔다가 산전수전 다 겪고, 뉴욕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보기 위해 저녁 전까지 루스벨트 아일랜드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때, 한 중국집에 들어갔는데 어쩌다 보니 손님이 다 나가고 나 혼자 남게 됐다. 그래서 밥을 먹으며, 중국집 사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가 자신의 꿈 이야기를 들려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 언젠가는 꼭 유럽에서 대성공하는 셰프가 되겠다고. 그렇게 서로의 꿈을 공유하며 'Happy last day, Happy New year'이라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헤어졌는데 그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지금 자신이 원하는 꿈으로 한 발짝 다가가고 있을까?



여행을 하며 갔던 곳들은 다시는 갈 수 없다

image.png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었다.


이곳은 다시없다. 사람이 변하고 빛이 변하고 풍경이 변하고 무엇보다 내가 변한다


어떤 곳도 다시는 갈 수 없는 공간이 된다. 왜냐하면 그곳은 이전과 완전히 똑같지 않기 때문에. 시간의 힘이 그만큼 거세다. 이 문장을 읽고 머리가 띵 했다. 그래서 여행의 순간순간이 그렇게 소중한 것이구나.

이건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메시지인 것 같기도 하다. '다시는 없는 순간을 산다. 매일매일 모든 게 다 변하기 때문에'


작가는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떠올렸던 책 구절들을 사진과 함께 책에 넣어 놓았다. 그래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꽤 소중하게 느껴졌다.



여행에도 일요일이 필요하다

image.png

작가는 우리의 삶을 '유용한 인생'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항상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살아간다. '유용한 식사를 하고, 유용한 돈을 벌어야 하며, 유용한 것들을 가져야 하며, 유용한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행위는 여행을 가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그래서 여행에도 일요일이 필요하다. 욕심을 버리는 것.

그게 여행을 하면 정말 어렵다.


하지만 결국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나를 위한 여행을 하기 위해서라면 휴식이 필요하다. 이 문장은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더 와닿을 것 같다. 여행도 일처럼 느껴지는 사람들. 사람들은 여행을 싫어한다고 하면, '아니 왜?'하고 되물으면서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을 짓는데, 여기가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image.png

그래서 이 책을 읽고서는 '왜 선택받은 책'인가 알게 됐다. 『모든 요일의 기록』이라고 '모든 요일 시리즈'의 또 다른 책이 있다. 그 책도 읽어지고 싶게 만든 에세이였다.



월, 토 연재
이전 18화저소비생활-가제노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