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야 할 수많은 책은 쌓이고 쌓였다. 집을 정리하고 남편은 16평짜리 아파트로 옮겨야 했기 때문에 가구를 제외한 많은 짐은 정리해야 했다. 사고 나서 읽지 않은 책, 결혼 전에 갖고 있었던 문학 전집. 첫 페이지만 낡아진 영어 원서. 여행하면서 산 오래된 여행 관련 책들.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책들. 언젠가는 읽겠지 생각했다. 그 ’언젠가‘는 오지 않았다.
정리하지 못한 빛바랜 아이들의 책들. 특히 아이들 책은 크기도 다양하고 부피를 많이 차지했다. 내 마음이 들쑥날쑥한 것처럼 책의 높이도 들쑥날쑥했다. 키 순서대로 종류별로 책을 정리하는데 물리적 에너지도 많이 들었고 시간을 많이 쏟았다. 책을 좋아하고 수시로 꺼내어서 읽는 아이라면 괜찮지만 아들은 ’ 활자‘로 된 것들을 손사래 치는 아이라면 정리가 절실했다. 거실 전면을 차지하고 있었던 전면 책장의 책들. 해묵은 그림책, 언젠간 읽겠지 하는 영어책, 한 번도 들춰보지 않은 역사책, 80%를 팔고, 버리고 나눔을 하였다.
마음의 짐도 덜었다.
중요한 것들만 남기자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쇼핑하면서 하나둘씩 사놓은 옷도 문제였다. 불편한 옷, 나이 들어 보이는 옷, 유행이 지난 것 같은 옷들은 옷장의 공간을 갉아먹고 있었다. 병아리도 아니고 샛노란 원피스를 왜 샀을까? 더 이상 허리에 들어가지도 않는 치마는 왜 여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가? 저 원피스는 숨을 안 쉬더라도 입을 날이 있을 수 있을까? ’ 세일을 많이 해서 ‘ ’ 쇼핑할 시간을 못 낼 것 같아서 ‘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등등 이유도 참 가지각색이었다. 저렴한 SPA 브랜드들이 생겨나면서 옷은 1년을 입고 버리기도 했다. 패션 브랜드들은 유행을 만들어내고 우리는 소비를 한다.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에는 쓰레기들이 쌓이고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모른척한다. 10점 만점에 10점인 옷만 고르고 나머지는 싹 정리해야 했다. 많은 옷들을 버리고 ’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 쇼핑하면서 내가 쏟았던 것은 돈뿐만이 아니었다. 거기에 에너지와 시간을 쏟고 비좁은 옷장의 공간을 허락했다. 주섬주섬 옷을 버리고 정리하면서 나의 번뇌도 싹 쓸어 버린 것 같이 홀가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