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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나의 생이 울컥할때

싸울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by 루헤

삶이 엉킬 때마다 시를 읽고 글을 썼다는 은유 작가. 삶이 고달플수록 시를 읊었다는 작가. 시처럼 살다가 소설처럼 죽고 싶다는 그녀. 여자, 딸, 아내, 엄마의 역할로써 사는 우리네 불리한 삶. 여자의 말 하기. 서럽고 억울했던 경험. 집안일부터 세상일까지 수시로 울컥하고 작가. 모든 문장이 빼어나고 수많은 문장에서 위로받았다.

나도 그 울컥을 정말 많이 했다. 나는 그 '울컥'을 작가처럼 생의 질문으로 이어나가야 한다는것을 배웠다. 많은 부분을 공감했고 성찰했고 큰 물음 앞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분들이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엄마라서 행복하고 엄마라서 불행한 일상, 그녀의 말처럼 불행과 행복이 자주 다투는 삶, 특히 엄마와 아내를 가슴으로 이해하려면 말이다.


이 책은 생에 울컥한 순간에 쓴 글, 방통대 학보와 <한겨레>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산문집이다. 인간의 불행을 사회의 구조 속에서 보는 그녀의 글들은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싸움 목록은 크게 네 가지이다..

1장. 여자라는 본분

2장. 존재라는 물음

3장. 사랑이라는 의미

4장. 일이라는 가치

히 1장. 여자라는 본문과 2장 존재라는 물음 부분이 내 거친 생각에 물을 주는 것 같았다.

'다른 듯 같은 삶. 할머니와 어머니 세대에는 그 질곡이 더 심했으며, 주로 더 심했으며, 주로 딸들이 목격자이자 피해자로서 그 원한을 간직한다.'(29쪽) 할머니에게서 어머니에게로 어머니에게서 나에게로 대를 거듭하는 넋두리. 결혼하기 전까지 친정엄마가 왜 요리를 적극적으로 가르치시지 않았는지 이제야 온전히 이해합니다. '왜 엄마들에게 행복은 늘 충족 유예 상태로만 존재해야 하는가'(101쪽)라는 질문에서 필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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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허전함을 사람으로 채우면 항상 탈이 나게 마련인 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그래서 음악이 필요하고 책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창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라는 피천득 시인의 시구처럼 창밖에는 벚꽃이 휘날리는데 저는 그것을 몸으로 느끼지 못했다. 산책과 걷기를 한 올해부터 하게 되었다. 오감으로 자연을 느끼고 사색이라는 것을 미미하게 하게 된것은 산책이 준 선물이다.


지난달 은유 작가 북토크가 있었다.. 저녁시간에 아이들만 집에 두고 가도 될까 고민했지만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아니라 감정의 결들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들이 저에겐 절실했다. 소설가 김연수가 '서른 살 넘어까지 살아 있을 줄 알았다면 스무 살 그즈음에 삶을 대하는 태도는 뭔가 달랐을 것이다'라고한다. 생각해 보면 지금 나이는 사십 대. 삶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것 같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성찰하는 자세. 평생 그렇게 살고 싶다.


고유명사가 잘 생각이 안 나서 대화의 흐름이 끊기고 거울을 볼 때마다 눈에 띄게 주름이 생겼다. 인간관계는 갈수록 좁아져서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가는 '마음의 창을 활짝 열어두어야 빛과 바람과 사람이 드나든다'(205쪽)고 한다 . 감성의 샘이 마르지 않도록 책, 영화, 음악 그리고 사람... 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나도 '울컥'을 삶의 질문으로 이어나가야겠다.


<추천>

울컥하는 일이 많은 여성분


<블로그의 독후감중에서 추천 하고 싶은 책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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