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마스테 Aug 05. 2020

나와 무관한 삶은 없구나

다가오는 말들, 은유

다시  읽었는데 왜 새로운 느낌인지.  역시 두 번째 읽어도 행간에 머무르는 힘을 주는 작가다. 


한두 문장을 읽고 숨을 쉬어야 한다. 행간에 계속 머물러서 진도가 나아갈 수가 없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또 읽고 또 읽는다. 내가 얼마나 편견 덩어리이며 이분법 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자각하게 되었다.. 삶의 힌트를 얻은 느낌이랄까.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이다 보니 십대의 삶에 대한 글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10대가 있다는 것도 깊게 생각해 보았다. 10대가 앞으로 아이들이 성장해 나아갈 20대에서 결혼까지 상상해 보기도 했다. 나와 무관한 삶은 없구나.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구나라는 것을 성찰하게 되었다. 구의역 참사, 용산참사. 10대 성매매, 태안화력 노동자, 삼성 직업병, 공장 사육방식 등의 소재는 사실 우리의 삶에 들러붙어있는 것들이다



은유 작가에 대해서 

니체와 조지 오웰을 인생의 '오빠'로 삼는다는 그녀. 그래서일까. 문장은 아름답고 힘은 넘친다.  작가는 '나'의 중심시대에서 '타인'을 말을 귀 기울일 때 내가 갖고 있는 편견이 깨지고 삶이 확장되는 경험을 한다고 말한다.  좋은 책은 골라서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은유 작가가 생각하는 작가란, '나쁜 말을 좋은 말로 바꾸는 사람, 언어가 우리의 생각을 많이 규정을 하는데 어떤 말들은 본성을 억누르고 차별과 배제를 만들어 내는 말들을 좋은 말 그리고 서로를 연결해 주는 말로 바꿔주는 역할' (<화요일의 인문학> 작가 은유와 함께 중에서)이라고 한다. '은유'라는 필명은 말 그대로 '메타포'이며 문장 수집가라고 스스로 칭하는 그녀. 작가의 책 <글쓰기의 최전선>이라는 책을 상당히 인상 깊게 보았다. 가장 좋았던 점은 목적에 갇히지 않는 글쓰기 수업을 다룬다는 점이다. 작가나 소설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 수업이 아니라는 것. 목적에 갇히지 않는 글을 쓰면 생각을 정리하고 나에 대해서 알게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기 억압을 털어놓는 계기가 독서와 글쓰기라고 하는 작가의 언어가 참 좋다.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나의 삶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딸에 대하여, 실은 엄마에 대하여.

개별성 존중, 자율성 보장, 규제하지 않기, 그러니까 육아 원칙이 아닌 관계 원칙을 아이에게도 적용했다. 그런데 가끔 말의 봉인이 풀려버리고 나의 어설픈 지배와 욕망이 드러난다 (p.71)


>> 작가는 '좋은 엄마가 되려고 용쓰기보다 묵언 수행하는 엄마로 살고자' (71쪽) 하면서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기본 임무에 충실하기. 개별성 존중. 자율성 보장. 규제하지 않기를 적용했다.' (71쪽) 고 한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지금 시기에 중요한 것은 '관계'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첫째 아이는 교과서 정석대로 아이를 키웠다.. 모든 육아서를 섭렵하면서 '이렇게 키워라' '저렇게 키워라' '아직도 부족하다'라고 채찍질을 하는 전문가의 육아서들을 수두룩 하게 읽었다. 육아서를 배게로 삼고 누웠다.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질문하는 아이로 키울 것이며 온갖 공부법에 관련된 정보들이 넘쳐난다. 내가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만 남긴 것 같다. 모든 육아서에는 '아이'만 있고 '엄마'는 없었다. 적어도 10년 전에는 그랬지. 이제는 '좋은 엄마'는 포기했고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 세상이 정한 기준에 흔들리면 안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지금 여기에서 사라진 10대라는 존재

'아르바이트하면 힘든데 왜 살이 찌냐고. (..)"손님 몰리면 밥 제때 못 먹어요. 빨리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를 주로 먹어요." 그들은 주로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뷔페, 카페, 호텔 등에서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일한다고 했다. 일상의 영역에 섞여 살면서도 청소년 노동자라는 존재를 나는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224쪽)


>> 이 글을 일고 <십 대 밑바닥 노동>이라는 책을 읽고 싶어 졌다. 10대가 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멀쩡하지 않은 몇몇 어른들 때문에 모여서 파업하는 10대들도 있다는 글을 읽었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잘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갈아입는 엄마의 옷

'계절이 두 번 바뀌고서야 구의역 참사 현장에 가보았다. 노란 포스트잇 흐드러졌던 승강장은 꽃잎이 진 잿빛 풍경이다. 고인이 '끼인' 9-4 승강장을 시간에 '쫓긴'이들이 오늘도 바삐 통과한다. (...) 참사 현장 스크린도어에 비문처럼 새겨진 "너는 나다"라는 문구를 헤아려 본다.'(150쪽)


>> 글쓰기를 통해 노동 르포를 접한 작가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수난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관심이 많아졌다. 솔직히 구의역 사건을 뉴스에서 접했을 때 '한 젊은 청소년이 안타깝게 죽었구나' 그저 그런 생각밖에 없었다.. 자식들이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하는 나라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끼니를 놓치고 먹고 자는 생태계가 무너져 의식주가 보장되지 못하는 나라다. 그렇게 생각이 발전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나 자신을 성찰하게 되었다. '유가족 엄마가 입은 슬픔의 옷은 어느 날 내게 입혀질 수 있는 옷이다.'(150쪽)라고 하듯 사실 슬픔은 예고하지 않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것 아닐까.



앞으로 더 나아가 

사회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다루었던 작가.. 특히 <자연에서 읽다>는 과밀 사육장에 대한 폭로 그리고 고기가 고통이 되는 현실에 대해서 다루었다. <딸에 대하여>에서는 동성 연인을 둔 딸과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십 대 밑바닥의 고통>에서는 청소년 노동 르포집답게 청소년의 열악한 노동 현장에 대해서 다루었다. 읽고 싶은 책들이 수두룩하게 쌓였다.


삶의 밑줄을 그어줄만한 책. 두세 번 읽어도 충분히 좋은 책.. 작가의 팬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여전히 나는 편견 덩어리이며  이분법 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부제처럼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 이 널리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읽고 싶은 책이 또 우수수 쏟아졌다. 좋은 책은 읽고 나면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삶의 힌트를 얻은 느낌이다. 



<추천>

공감의 말이 필요하다면

삶의 힌트를 얻고 싶다면

삶이 확장되고 싶다면

좋은 엄마보다는 멋진 엄마가 되고싶다면

세상이 정한 기준에 흔들리고 싶지 않다면


<블로그에 있는 독후감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과 느낌에도 뿌리가 있다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