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쓰다보면 프로젝트 14

마흔 중반, 예뻐지기로 결심하다.

by 책꿈샘 김지원

* '매일쓰다보면 프로젝트'는 매일 브런치에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1차 목표는 11월 30일까지였는데 25일(목) 어제 브런치가 빠졌습니다. 비록 매일~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30일까지 꾸준히 달려 마무리 짓겠습니다.



20대 교사 생활을 시작한 나에게 아이들은,

"선생님, 예뻐요!"


30대, 가르치는 노하우도 생기고 열정이 가득했던 나에게 아이들은,

"선생님, 정말 재미있어요."

"선생님, 예뻐요!"


40대, 최근에 나를 보고 아이들은,


"선생님, 칙칙해요."


오! 진짜 이 말을 들었어요.


그저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할 수 없이 10년 전 코트를 후다닥 꺼내 입고 출근했어요. 그 당시 거금을 주고 산 아이보리색 코트로 애정템 중에 하나였거든요.


올해만 입고 이별하겠다는 마음으로 입고 갔는데 우리 반 까불이 녀석이 저를 보고 필터를 거치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말했어요.


"선생님, 오늘 화사하네요! 맨날 칙칙했는데...."


앞 말을 안 들리지 않고 뒷 말만 뒤통수를 '탁'치고 가더라고요.


"칙칙하다고?"


뒤돌아보며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아이에게 물었어요. 그러자 아이는,


"아니, 선생님은 매일 검은색 옷만 입으니까..."


네네. 맞아요! 저는 무슨, 안녕 프란체스카(뱀파이어가 주인공이 한국 드라마였음)의 주인공도 아니고 검은색 옷만 입고 나타나니 열 살 아이의 눈에는 우리 선생님은 칙칙해!라고 생각했겠죠.


그날 퇴근 후, 제 옷장을 열었습니다.


죄다 검은색에 회색에 베이지색에 어쩌다 흰색에 모두가 칙칙했어요!!!


더군다나, 이미 마련한 겨울 파카도 검은색! 며칠 전 산 조커 팬츠도 검은색. 아!!!!!


제가 검은색을 딱히 즐기는 건 아니었어요. 한 때 저는 샤방샤방 원피스도 입었고, 촤르르 옷감이 춤을 추는 실크 블라우스도 입었으며.. 또... 아무튼 그랬습니다.


그러니, 제 화려했고 명명백백 알록달록 취향이었던 저를 "누가 이렇게 칙칙하게 만들었을까?" 주범을 찾아보았습니다.


용의자 1.

남편. 옆지기, 남의 편, 하숙생, 때로는 외계 종족 등.

상황에 따라 다르게 부름. 극한 상황일 때는 더한 말도 있지만 자정 필터 중.

제 다이어트의 주적. 수시로 야식을 탐하는 자로서 그때만 동료애를 발휘함.

"함 묵어 봐!'

그러니, 나잇살은 둘째치고 자꾸 몸무게가 불어나는 효과를 부채질한 주범!!

하지만, 때로는 칙칙함을 벗어날 수 있는 자금 제공자라 일단 패스.



용의자 2

껌딱지. 외동딸. 나의 사랑스러운 웬수. 미지의 종족.

태어나서 지금까지 안고 업고 먹이고 흘리니 검은색은 안 씻어도 티가 잘 안 나는 보호색쯤으로 착각하게 만든 이.

하지만 곧 동고동락 10년째라 슬슬 핑계를 둘 수 없는 여지를 만들어 줌.

"칙칙한 건 내 탓 아니고, 엄마 탓이지!"

언젠가 팔짱을 끼며 저렇게 대꾸할 것만 같다.


용의자 3

본인. 작삼삼일러(언젠가 빼야지!). 만사 귀차니스트.

나이가 이렇게 후딱 갈 줄 알았을까?

뭐 검은색이 워때서?

여자는 예쁘게 꾸며야 한다는 건 여성을 옥죄는 논리라고!!

착각하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



용의자 1, 2, 3 모두 나름의 논리와 이유가 있으니


누가 칙칙하게 만들었는지는 제쳐두고.


그냥, 무작정, 좀 더 예뻐지기로 했습니다.


어느 순간,


나를 잊고 산 시간들이 많았구나! 그런 아쉬움에 말이에요.


어느 순간 칙칙함을 넘어


늘 있던 자리에 있어 보이지 않는 투명색이 될 것 같아



그러니, 여기에다 빼도 박도 못하게


이야기해 두렵니다.


오늘부터 좀 더 예뻐지기로!!


지금 제게 꼭 필요한 <자기 돌봄>의 시간을 많이 갖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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