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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hyun Kim Jun 06. 2016

세트메뉴의 경제학

첫 술에 배부르랴? 첫 술이 가장 배부르다!

아웃백과 같은 패밀리레스토랑에 가면 세트메뉴가 있다. 단품으로 시키는 것보다 값이 저렴한데다 음료수나 식전빵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이들은 세트메뉴를 메뉴판 맨앞장에 두고 대대적인 광고까지 한다. 맥도날드도 마찬가지다. 햄버거 가격에 약간만 얹으면 콜라와 감자튀김을 묶은 세트메뉴를 먹을 수 있다. 심지어 어떤 메뉴는 단품으로는 판매하지 않기도 한다. 왜 세트메뉴를 판매하는 것일까? 소비자들이 단품으로 시키도록 유도하면 훨씬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을텐데,  할인에 서비스 메뉴까지 더해서 세트메뉴를 공급하는 이유가 무엇을까?


세트메뉴를 통해 소비자들이 더 많이 소비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허기진 배를 주려잡고 식당으로 들어선 이에게 첫번째 음식이 주는 쾌감은 상당히 높다. 맛을 따질 겨를도 없다. 음식이 주는 즐거움과 비례해  만족도도 높다. 어느정도 허기가 달래지고 난 후 주문한 두번째 음식은 이제 맛을 구별할 수 있다. 자연재료로 맛을 냈는지 인공 감미료의 도움을 받았는지 찾아낼 수 있다. 혀는 감각적으로 변하고 음식의 질에 따른 즐거움의 편차가 생긴다. 바야흐로 세번째 음식을 맞이하는 자세는 앞의 것들과는 사뭇 다르다. 오늘 아침 거울속 내 뱃살이 떠오른다.  아까까지는 그토록 고소해 보이던 튀김옷이 저주받은 허벅지와 교차되며 역겨워지기 까지 한다. 급기야 이걸 내가 비싼 돈을 주고 먹어야 되나 싶기 까지 하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고 한다. 재화를 소비하는 소비자는 첫번째 소비에서 가장 큰 효용을 얻고, 두번째는 그다음 세번째는 그 다음의 효용을 얻는다. 효용의 크기는 소비를 더할 수록 점점 줄어든다. 음식 뿐 만 아니라 대부분의 재화에 적용할 수 있다. 구두를 예를 들어보자. 어떤 소비자가 첫번째 구두를 구매할때 느끼는 효용이 5만원이었다면, 두번째 구두에서는 그보다 못한 4만원쯤의 효용을 얻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열번째 구두는 신발장에 공간도 없는데다 관리하기도 귀찮아지니 효용이 천원정도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를 더할 수록 효용은 점점 줄어든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잘 이용한 사례다. 음식 여러개를 묶어 세트로 만들어 그날 주문한 음식을 모두 효용이 가장 높은 제일 첫번째 음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단품으로 구매했다면 네번째 음식쯤에서 느끼는 효용은 매우 낮은 상태가 될 것이고 만족도도 크게  떨어진다.  급기야 지불할 돈이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여러음식을 세트로 묶어 마치 하나의 재화를 소비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기술이 세트메뉴에 녹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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