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ehyun Kim Aug 24. 2016

청년실업수당에 대한 독설

역선택 문제를 해결하라

정부와 서울시는 청년실업수당 문제로 한바탕 싸움을 하고 있다. 청년실업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서울시가 구직자에게 수당을 제공하겠다고 했고 이에 정부가 반대를 하고 나선 것이다. 대졸자가 넘쳐나고 웬만한 일자리에는 경쟁률이 1000대 1이 넘어가는 시대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넘쳐나는 지원자들 중에서 딱 알맞은 인재를 고르면 되는 편리한 시대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은 그렇지가 않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오히려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경영자나 인사담당자들은 우수한 인재를 찾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경제학 문제 중에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는 것이 있다. 정보의 비대칭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는 문제다. 최근 취업시장에서 일어나는 아이러니는 역선택 문제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역선택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험에 가입하는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보험에 들고자 하는 사람은 조만간 질병이나 사고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은 곧 닥칠 문제를 예방하거나 또는 그 문제에서 쉽게 빠져나가기 위해 보험을 들려한다. 보험가입자는 알고 있는 자신의 병력이나 위험도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자칫하다가는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많이 내놓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험회사는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비교적 안전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고객으로 삼고자 한다. 손해율을 낮추어 보험금 지급을 줄여야 이익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는 보험에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내기 어렵다.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역선택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보험 가입을 원하는 자는 고병력의 위험군 들이 대부분일 테고 보험회사는 위험률을 높여 잡아 보험료를 높일 것이다. 당연히 위험도가 낮은 건강한 가입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역선택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불량한 보험가입자만 남게 될 것이다.


중고차 시장의 역선택 문제를 하나 더 예로 들어보자. 중고차 시장을 레몬 마켓이라고 한다. 달고 맛있는 오렌지는 사라지고 레몬처럼 시고 쓰기만 한 쓸모없는 것들만 모이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중고차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간에는 정보의 장벽이 있다. 중고차를 파는 사람은 사고 이력, 고장 유무를 잘 알고 있지만 구매자는 이런 정보를 모른다. 구매자는 무사고에 정비가 잘된 좋은 차가 나오더라도 믿지 못하고 가격을 낮추려고 하기에 잘 관리된 좋은 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사라지고 어딘가 하자가 있는 놈들만 남는다.


이제 채용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에게 회사라는 영역은 새로운 도전이다. 선배나 부모님 또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전해 들었지만 정확하게 회사가 어떤 곳인지 잘 알 수 없다. 하물며 급여는 얼마나 받게 되는지,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그 회사에서의 커리어는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정보를 얻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회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근면하면서 능력이 뛰어난 직원을 고용하고자 하지만 구직자들은 저마다 자기 실력을 포장하고 부풀리며 성실함과 근면성은 자신의 최고의 덕목이라고 이야기하 통에 진정으로 필요한 인재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구직자와 회사 간에 역선택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직자와 고용인간에 장벽을 제거해야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려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 정보의 교류를 제한하려고 한다. 노동부가 권고하는 입사지원서에는 학력란이 없어졌고, 경력란도 없다. 자격증은 업무와 꼭 관련 있는 것만 기재할 수 있다. 채용에 직접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주변정보들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제한한다. 회사는 지원자에 대해 점점 더 알 수가 없다. 설령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였다 하더라도 제한된 정보만 보고는 지나치기 십상이다. 구직자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취업박람회나 Job fair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나마 평소에 들어본 대기업이나 공기업만 참가하는 데다 다 정작 알고 싶은 회사의 성장성이나 전망, 급여체계 같은 것들은 알 수 없다. 구직자와 회사의 거리는 계속 멀어진다.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선택을 줄여야 한다. 채용을 하는 회사는 지원자에 대한 학력, 성별, 연령과 같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지원자들은 급여, 처우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회사의 주력상품에 대한 시장 전망과 회사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율 등 중요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개인정보유출, 회사 정보유출과 같은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철저히 보호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대체로 기업은 좋은 대학을 졸업한 학점이 높은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좋은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사람들은 대체로 학창 시절부터 주어진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했고 단체생활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했던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만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자리에는 적당한 대학을 나왔으나 자기만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 필요로 할 수도 있다. 구직자가 제시한 자격증이나 기술경진대회 상장 등을 통해 회사가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을 발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직자의 대부분은 급여가 좋고, 정년까지 일자리가 보장되는 회사에 취직하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취직해 회사와 함께 자신도 성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는 연구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회사가 구미에 맞을 것이다.


최근 청년실업수당 싸움에 정작 중요한 것은 빠져 있다. 정부의 정책은 구직자와 고용인이 자유롭게 만나 스스로 합리적인 배분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어야 한다. 근시안적인 수당 제공이 아니라 많은 정보가 안전하게 교류되는 건전한 인력시장을 만들어 역선택의 문제를 줄여나가야 한다. 건전한 인력시장에는 구직자의 개인정보 보호나 회사의 핵심 정보 유출 같은 문제는 법이나 장치를 통해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함은 재언하지 않아도 명확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경제학 입문자에게 바치는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