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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hyun Kim Nov 01. 2016

부자되세요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 하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 왠지 천박해 보인다. 돈에 대해서라면 그저 적당히 입고 먹을 정도만 있으면 된다 정도로만 말해야만 할 것 같다. 닳을까 봐 천장에 매달아 놓은 굴비도 아껴 본다는 자린고비 이야기를 읽으며, 부자란 뭔가 좀 모자라고 궁상맞아 조롱에 대상이라고 여겨본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여전히 부자에 대한 동경이 있다. 재벌집으로 시집간 연예인 이야기를 나누고, 젊은 모 유통그룹의 회장의 트위터를 팔로우하면서 부자들의 삶을 엿본다. 100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살 수 없을지 모를 강남의 아파트를 들먹이며 어디가 어디보다 좋다는 평가를 서슴지 않고 해댄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부자가 될 수 있을 것라 꿈.


90년대 초 모 카드사가 광고 카피로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 꼭이요."를 선택하면서 그동안 금기시되어왔던 마법의 주문이 세상에 드러났다. 건강, 행복, 합격 등에 머물렀던 덕담이 돈에게 자리를 내주어버렸다. 이때부터 부자 되라는 노골적이고 야한 말은 더 이상 흠이 되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닌게 되었다.


그런데 부자되라는 덕담은 많이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되는 지에 대한 해답은 들어본적이 거의 없다. 부자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린고비처럼 무작정 아끼기만 해야 할까? 눈여겨보았던 시골 땅을 사들여 개발이 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만 해야 할까? 부자되세요라고 외치던 그 카드사를 써서 할인 혜택과 포인트를 얻어야 할까? 불가에 귀의해 법정 스님처럼 깨달음을 얻어 마음의 부자가 되어야 할까?


돈을 무작정 안 쓰고 살 수 없을 테니 자린고비처럼 살 수는 없을 테고, 언제 오를지도 모르는 땅을 사놓고 손가락 빨고 지낼 수없을 테니 이것도 아니다. 1%남짓을 넘기기 어려운 카드사 포인트 때문에 소비를 한다는 건 소탐대실이다. 이미 세상의 때에 찌들어 버린 몸을 이끌고 불가의 삶으로 돌아가기란 더더군다나 거의 불가능이다.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소비와 투자를 분리할 것을 제안한다. 소비는 써서 사라지는 것이고, 투자는 써서 다른 형태로 재생산되는 것이다. 양초에 불을 붙여서 태우면 양초가 점점 줄어든다. 이것은 그 자체로 소비다. 그런데 그 양초의 온기를 받아 손을 녹이고 공부를 한다면 그것은 투자다.


소비보다는 투자에 돈을 배분해 미래에 더 많은 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용돈 오천 원을 받아들고 오락실로 뛰어가는 아이와 서점으로 가는 아이에게서 다른 미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소비보다는 투자에 더 많은 돈을 배분할 때 부자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다.


당장 한 달에 쓰는 돈 중에 투자와 소비를 나눠보자. 어제저녁 특급호텔에서 먹은 식사는 투자라기보다는 소비에 가깝다. 반면 다음 달 있을 영어시험 대비를 위해 구입한 책은 투자다. 무더운 여름날 아기를 키우는 가정에서 사용한 에어컨 전기료는 가정의 건강을 위한 투자지만, 가게문을 활짝 열어놓고 틀었던 에어컨 전기료는 소비다.


소비와 투자를 나눴다면 소비로 지출했던 내역을 투자로 전환하자. 일주일에 두어 번 야식으로 사 먹었던 치킨을 줄여 신선한 야채를 구입해 보자. 퉁퉁 불은 얼굴보다는 개운한 모습으로 출근한 사람이 회사에서 더 인정을 받을 것이다. 습관적으로 마시던 카라멜 마끼아또를 줄이고, 커피회사 주식을 사모아 보자. 소공동 알짜배기 땅에 들어서는 커피가게는 더 이상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뿌듯한 투자 결과물이 될 것이다. 전세금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집에 살면서 내던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빌린 돈으로 구입한 집 대출금으로 갚아나가면 몇년 후에는 자가주택 보유자가 될 수 있다.


소비와 투자의 구분은 물론 굉장히 주관적이다. 그래도 이 분류작업은 매력이 있다. 컴퓨터 게임은 일상생활의 활력을 불어넣으니까 투자로 분류한 사람도, 일정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많은 시간 동안 한 게임은 투자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투자로 분류하겠다면, 그것은 본인이 선택이다. 투자의사결정 책임은 본인에게 있듯, 잘못된 투자에 대한 결과물은 투자자가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고도성장기를 지나 저속 성장 시기에 접어들었다. 과거처럼 좋은 기회를 잡아 운 좋게 부자가 되는 시대가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의 기회는 있다. 오히려 과거보다는 투자의 안정성이 높아져 쪽박을 차는 위험이 많이 줄어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어차피 써야 하는 돈이라면 가급적 소비보다는 투자에 더 많은 배분을 해보자. 차곡차곡 쌓은 투자가 언젠가 커다란 수익으로 돌아와 여러분을 부자로 만들어 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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