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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hyun Kim Dec 25. 2016

스파게티 가격의 비밀

듀럼 밀 값 1000원에 임대료 5000원입니다....

  어릴 적 살던 동내에 유명한 스파게티 집이 있었다. 좋아하는 봉골레 파스타를 아주 잘 만드는 데다 가격 또한 합리적이어서 자주 찾아갔다. 지금 살고 있는 동내에도 유명한 스파게티 집이 있다. 역시 봉골레 파스타를 아주 잘 만드는 데다 가격 또한 합리적이라 일주일에 한두 번은 들른다.

  이토록 맛있는 봉골레를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행운에 감사하면서 파스타 값은 어떻게 정해진 것일까 생각해 본다.

  물건 가격은 각 단계별로 더해진 부가가치의 합이다. 예를 들어 봉골레 파스타 한 그릇에는 듀럼밀(Durum Wheat Semolina)을 재배한 이탈리아 농부가 흘린 땀과 이를 한국까지 운송한 운송업체의 노력, 그리고 스파게티를 만든 요리사의 정성이 담겨 있다.

  스파게티 집 사장님은 면, 조개, 파슬리, 올리브 오일 등 원재료값과 요리사, 종업원의 인건비, 그리고 가스, 전기 등 시설비에다 임대료를 더하고 본인의 이윤을 더해 파스타 한 그릇 값을 정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이 중에서 인건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었다.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서 수익이 크게 좌우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수익을 좌우하는 것이 인건비가 아닌 임대료다. 웬만큼 잘되는 가게도 임대료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생산자물가지수와 통계청 도소매업조사 데이터를 통해 임대료와 인건비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임대료가 11% 오르는 동안, 임금은 9% 오르는데 그쳤다. 그나마 일용종사자의 임금은 그것에 한참을 못 미치는 1% 오르는데 그쳤다.

  예전에는 이윤의 많은 부분이 임금으로 배분되는 구조였다. 임금은 가계로 돌아 들어가 소비로 다시 이어졌다.  임금-가계소득-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끊어졌다.  이제 소득의 대부분이 불로소득인 임대료로 배분된다. 임대료 증가분만큼 임금은 줄어 가계소득이 줄어든다. 경제학에서는 직접적인 생산의 대가가 아닌 토지 등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얻는 임대료와 같은 소득을 지대(rent)라고 한다. 지대(rent)로 배분되는 비중이 높을수록 사회는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가 된다.

                              

자료: 한국은행(생산자물가), 통계청(도소매업조사)


  최근 유행하는 프랜차이즈도 지대(rent)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전국적 유통망과 광고를 통해 만든 브랜드를 가맹점이 사용하는 대신 가맹점료를 낸다. 노동의 대가로 배분되어야 할 소득의 일부가 가맹점료로 배분된다.

  우리나라가 경제가 건강한 선순환의 구조를 갖추려면 지대(rent)를 줄여야 한다. 소득이 노동의 대가로 더 많이 배분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중산층 이하 대부분의 가정이 살아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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