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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인생수업

말 먼저 들어주기

by 서이담

“이노옴~!”

jordan-rowland-lfEX-fEN3zY-unsplash.jpg Photo by Jordan Rowland on Unsplash

자기 전 아이와 실랑이를 한다. 책을 한 권 가지고 와서 두세 번씩 읽어준 후 불도 다 끄고 자려고 하면 다른 책을 읽고 싶다고 울상이다. 난 그럴 때마다 아이를 다그치고 혼내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한 번 아이의 말을 다 들어줘보기로 마음먹었다.


“이잉 하나 더 보고 시퍼”


“너무 보고 싶어?”


“우웅”


“그래 그러면 한 권만 더 보는 거다?!”


그렇게 한 권을 읽었더니 아이가 또 한 권을 보여달라고 했다.


“이게 마지막이라고 했잖아.”


“그래도 하나만 더 보고 시퍼.”


오늘은 스스로 다짐한 것이 있기에 몸은 고됐지만 한 권을 더 읽어줬다. 그랬더니 아이가


“이만 됐어.”


하고는 스스로 책 정리를 했다. 신기했다. 평소에 떼만 쓰다가 지쳐 쓰러지는 아이였는데 나름 자제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건 내가 바라던 아이의 모습이기도 했다.


인생에서 참 내 생각대로 되는 일이 없다 싶은 때가 많다. 학업도 취업도 업무도 그리고 육아도. 내 생각대로 다 풀리진 않았다. 특히 육아가 그 끝판왕인 거 같다. 그런데 오늘 아이가 하자는 대로 먼저 들어주니 오히려 내가 바라던 모습이 나온다. 이게 순리인 건가?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상대의 말을 먼저 들어주는 것. 그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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