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차 사춘기
요즘 직장생활 사춘기인 것 같다. 큰 고비들은 다 지나갔는데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이렇게 직장에 다니는 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 걸까 회의가 든다. 3년 차, 6년 차, 9년 차 때 고비가 온다고들 하는데 그게 지금일까?
직장생활 1년 차 때 내가 작성해둔 미래의 꿈이 있다. 거기 7년 차 때쯤엔 사회적 기업으로 이직해서 공익실현 사업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썼었다. 마지막 꿈은 삼천포에 있는 낡은 호텔을 인수해 리모델링하고 이를 운영하며 노후를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모습을 보면 그런 이미지와는 멀어져 있는 것 같다.
아이를 낳고 내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가지면 좋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는 아이가 픽사같은 곳에 스토리 작가로 취직해서 살면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내 꿈이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 그리고 그 결과물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브런치에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어찌 보면 내 꿈을 다른 방식으로 실현시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편과 이런 이야기들을 하다가 '내가 배가 불러서 이런 생각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고프고 가난하다면 이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을 텐데 하면서 말이다. 남편이 갑자기 신이 났다. 그런데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회사를 더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또 금세 우중충해진다. 그러다가도 또 회사에 가면 그런대로 하루를 보내고, 가끔은 즐거울 때도 있다. 싱숭생숭. 기분이 왔다갔다 한다.
하... 사춘기는 사춘기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