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가 일기장은 아니니까

글쓰기의 무거움

by 서이담
thought-catalog-505eectW54k-unsplash.jpg Photo by Thought Catalog on Unsplash

"이거 명백한 의료법 위반입니다... 굳이 이런글을 안쓰셔도될것 같네요..."

진료비를 받지 않는 소아과 의사 선생님에 대해 내가 느꼈던 것을 썼다. 그리고 이런 댓글이 달렸다. 마음이 바빠졌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곧이어 내 머리속을 꽉 채웠다.


'내가 왜 죄송해야 하지?'

대댓글로 '죄송하다'는 요지의 글을 달았다가 갑자기 '죄송한 나'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내가 의료법 위반을 한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어떻든 내가 느낀대로 쓴 건데 뭐가 잘못된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사들의 적나라한 실태를 보여주는 웹툰을 가끔 본 적이 있었기에 그래 이 사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다 싶었다. 동종업계에서 나의 소회가 매우 몰지각한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남편의 말이 내 마음을 돌렸다. 남편은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는 건 사람들이 보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쓰는 글은 불가피하게 사람들의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 평가는 늘 좋을 수는 없다는 거다.


분하지만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그래, 브런치는 내 일기장이 아니니까. 나 혼자 읽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감해주고 좋아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쓴 글이니까.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진 못하더라도 누군가를 공격하는 글은 쓰지 말아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좀 슬퍼진다. 갑자기 테두리가 빙 둘러진 느낌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내가별일 없이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