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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별일 없이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다행(多幸)

by 서이담
ben-white-4K2lIP0zc_k-unsplash.jpg Photo by Ben White on Unsplash

"다행(多幸)"


오늘 동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행이다."라고 누군가 말했다. 가끔씩 어떤 단어나 말에 꽂히곤 하는데 오늘은 바로 "다행"이라는 글자에 훅 꽂혔다.


많을 다(多) 행복 행(幸). 많이 행복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다행"이라는 말을 어떤 일이 잘못될 줄 예상했다가 그렇게 되지 않을 때 많이 사용한다. 즉 별일이 생길 줄 알았는데 생기지 않을 때 쓰는 말이라는 거다. 많이 행복한 상태는 어쩌면 별일이 없는 상태라는 것, 나는 이 낱말에서 그걸 떠올렸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이루면 행복할 줄 알았다. 내가 더 성공하면, 내가 더 아름다워지면, 내가 더 좋은 집에 살면, 내가 더 좋은 직장에 다니면 행복할 줄 알았다. 물론 행복했다. 하지만 아주 잠시였다. 가끔씩은 무언가를 가졌다는 사실보다 그게 남보다 더 작다는 사실에 괴로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대개 '다행'이었던 순간에 행복했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간 식당 음식이 맛있었을 때, 아이가 곤히 자는 모습을 볼 때, 어느 날 문득 함께하는 가족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안도감을 느꼈고 행복했다. 나는 내가 계속 이렇게 별일 없이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별일 없는 행복을 찾고 또 감격하고 감사하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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