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열심히 사치하고 싶다.
대학시절 나는 별다방 커피는 누가 사주지 않은 다음에야 잘 마시지 않았고, 택시도 타 본 일이 별로 없다.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간다고 하면 학교 앞 분식집이나 포장마차같이 생긴 허름한 국숫집 정도가 다였다. 사회 초년생 때 남편과 데이트를 하던 시절에도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서 함께 돈을 부어 쪼개어 썼다. 이 때는 돈을 모아야겠다는 것보다도 그냥 돈을 쓴다는 개념이 내 머릿속에 없었다. '아끼면 좋다!'라는 생각 정도만 있었던 것 같다.
빌라에 세 들어 살던 시절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집주인에게 월세를 조금 깎아주면 안 되겠냐고 말했던 그때, 나는 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느꼈다. 동시에 집을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런 일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서다. 비슷한 때에 전세자금 대출을 모두 갚았다. 그리고 운 좋게도 지금의 집을 만났다. 30대에 난 돈이 나를 떨게도 만들고 으쓱하게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조금씩 나를 위해 돈을 쓰는 법도 알게 되었다.
10개월의 웨이팅과 만 하루 동안의 죽을듯한 고통을 겪은 후에야 주어지며, 유지관리 및 업그레이드에 만 번 이상의 손길과 눈빛과 지극한 마음이 필요하다.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의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며 나는 아이를 기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치임을 깨달았다. 뉴스에선 아이를 낳고 완전한 성인으로 키우는 데 3억 원이 넘는 돈이 든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마음과 정성 이에 따른 나의 노동을 인건비로 환산하여 생각하면 아이가 사회적으로 독립하는 30세 정도까지 내가 아이에게 투자해야 하는 돈은 3억 원은 훌쩍 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 할 수 가장 값비싼 선택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닐까.
어젯밤 자기 전 아이에게 "안아줄까?"라고 말했는데 졸려서 귀찮았는지 반응이 좀 시큰둥했다. 그래서 내 속마음을 솔직하게 말했다. "엄마는 재민이가 엄마를 안아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 그랬더니 아이가 나를 꼭 안아주었다. 나는 왜 이 아이를 내가 안아준다고만 생각했을까, 아이는 작은 몸으로도 큰 사랑을 전해줄 수 있는데. 행복한 마음이 들어 "엄마는 재민이를 정말 사랑해~"라고 고백했다. 졸려 눈을 비비적거리는 아이도 "나도 엄마를 정말 사랑해~"하고 내게 속삭이듯 말해주었다. 우리는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어 놓고 시어서커 이불이 사각거리는 침대 위에서 서로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며 고이 잠들었다. 잠이 들면서도 나는 이게 내 인생에서 가장 럭셔리한 순간이 아닐까 어렴풋이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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