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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봐야하는 사이

시댁 어르신들과의 1박 2일

by 서이담
rosario-janza-dKxY8ywc_0c-unsplash.jpg Photo by rosario janza on Unsplash
와... 힘들다!


시댁 어르신들과 도련님이 집에 다녀가신 날에는 진이 빠진다. 사실 그렇게 뭘 많이 한 것도 아니지만 여러 식구들을 나름 이리저리 신경 쓰고 종종거리다 보면 정신이 없다. 드라마에서처럼 시댁에서 구박을 받거나 상다리가 부러지게 상을 차려내는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기운이 빠져 멍하게 있게 된다.


회사를 다니는 기분이 든다.

시댁 어르신들께는 내 속 얘기를 속시원히 할 수가 없다. 남편에게는 이렇게 저렇게 해줘라던가 당신이 이랬더니 내 기분이 이랬어 라고 속 이야기를 간단하게 할 수 있지만 이 분들에게는 쉽지 않다. 사실 가족이라기보단 회사생활에 가까운 관계랄까? 그렇지만 회사에서도 속 끓이고 있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듯 부드럽게 내가 가진 생각을 이야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매 번 꺼낼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내 모습을 또 돌아보게 된다.

시댁 어르신들이 가고 난 뒤 내가 어떤 상황에서 힘들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대부분 내 뜻대로 뭔가를 하지 못했을 때나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 어떤 잔소리를 들었을 때 그게 마음에 걸렸다. 그건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을 때나 내 일에 대해 누군가가 딴지를 걸었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같은 상황에서 불편해진 것이다.


결국 거리두기다.

물리적인 거리이든 심리적인 거리이든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만났을 때는 예의를 다해 대하지만 그 시간을 되도록 짧게 갖는 게 가장 현명할 것 같다. 그 관계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관계라면 말이다. 무리하지 않아야 오래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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