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어르신들과의 1박 2일
와... 힘들다!
시댁 어르신들과 도련님이 집에 다녀가신 날에는 진이 빠진다. 사실 그렇게 뭘 많이 한 것도 아니지만 여러 식구들을 나름 이리저리 신경 쓰고 종종거리다 보면 정신이 없다. 드라마에서처럼 시댁에서 구박을 받거나 상다리가 부러지게 상을 차려내는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기운이 빠져 멍하게 있게 된다.
시댁 어르신들께는 내 속 얘기를 속시원히 할 수가 없다. 남편에게는 이렇게 저렇게 해줘라던가 당신이 이랬더니 내 기분이 이랬어 라고 속 이야기를 간단하게 할 수 있지만 이 분들에게는 쉽지 않다. 사실 가족이라기보단 회사생활에 가까운 관계랄까? 그렇지만 회사에서도 속 끓이고 있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듯 부드럽게 내가 가진 생각을 이야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매 번 꺼낼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댁 어르신들이 가고 난 뒤 내가 어떤 상황에서 힘들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대부분 내 뜻대로 뭔가를 하지 못했을 때나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 어떤 잔소리를 들었을 때 그게 마음에 걸렸다. 그건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을 때나 내 일에 대해 누군가가 딴지를 걸었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같은 상황에서 불편해진 것이다.
물리적인 거리이든 심리적인 거리이든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만났을 때는 예의를 다해 대하지만 그 시간을 되도록 짧게 갖는 게 가장 현명할 것 같다. 그 관계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관계라면 말이다. 무리하지 않아야 오래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