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벤트로 풍성해지는 날들
몇 주 전, 차를 하나 샀다. 삐까뻔쩍한 차는 아니고 아이 등원에 필요해서 중고로 아주 저렴하게 구입한 차다. 글로 남긴 적도 있지만 이 차가 우리 부부의 드림카는 아녔기에 차를 구입할 때까지만 해도 마음이 복잡했었다. 무리를 해서 차를 살까 고민도 근 한 달간 했고, 결국 여기저기 수입차 매장에 예약해둔 것을 다 취소하고 중고차를 선택했다.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 정말 이성적으로 잘 선택했구나 싶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차를 받고 바로 정비소로 향했다. 다행히 전 차 주인이 관리를 잘해놔서 특별히 손볼 곳도 없었다. 엔진오일도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다만 이 차가 경유로 가는 차인지라 한 달에 한 번쯤은 장거리를 달려주어야 좋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러겠노라고 대답하고는 정비비로 4만 원 남짓한 돈을 건네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다.
다음날 우리는 정비사님의 말씀도 들을 겸, 부모님께 새로 산 차도 보여드릴 겸 새로 산 차로 지방 부모님 댁을 찾았다. 마침 엄마도 혼자 계셔서 적적하시지 않겠다 싶었다. 저녁쯤 엄마 집에 도착했는데, 엄마가 준비한 게 있다고 하셨다.
"뭔데요?"
"응응~내가 몸이 안 좋아서 빵집은 못 가고."
엄마의 손에 작은 수박이 들려 있었다. 엄마는 수박 윗부분을 슬쩍 자르신 뒤 거기에 빵집에서 생일 때마다 주는 예쁜 색 초를 하나 꽂으셨다. 조명을 끄고 초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가 노래를 불렀다.
"새 차 축! 하! 합니다~ 새 차 축! 하! 합니다. 사랑하는 이담이의 새 차 축 하 합니다~!!"
복잡했던 마음은 어디론가 훌훌 가버리고 내 차를 산 좋은 기분만 남았다. 이렇게 기분이 쉽게 반전될 수 있는 거였다. 엄마의 이벤트 덕분에 진심으로 기뻐질 수 있었다. 남편이랑 함께 타는 차가 아닌, 정말 내 차는 처음 생긴 게 아니던가?
어쩌면 신나는 순간이란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바꿀 수 있는 지혜 때문에 생기는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