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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양

네가 원하는 사랑을 줄게

by 서이담
shape of water.PNG 출처: https://www.facebook.com/theshapeofwater/
영화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


사랑의 모양이라는 영화가 있다. 영어 제목은 "Shape of Water(물의 모양)"이었는데, 한국으로 수입되면서 영화 내용에 맞게 제목을 각색한 것 같다. 주인공은 실험실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언어장애가 있는 여성인데, 그는 실험 대상이었던 괴생명체와 소통하며 마음을 뺏기고 그를 구출하려 한다는 내용인데, 영화의 스토리는 물론이고 영상미까지 뛰어나다. 스토리와 영상미는 말할 것도 없지만, 난 이 영화의 한글판 제목이 더 깊이 각인되었다. 사랑에 모양이 있다고? 그럼 어떤 모양일까? 모두가 다른 모양일까?


나는 이런 모양으로 사랑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나를 포함한 많은 부모들은 가진 애를 쓴다. 내 경우는 그리 까다롭거나 예민한 편은 아니어서 아이를 잘 먹이고 잘 입히는 것 정도를 신경 쓰고 있다. 평소에는 비싸기도 하고 생선 비린내가 나 집에서 구울 엄두를 못 냈던 생선을 좋은 놈으로 사다가 구워서 일일이 살을 발라서 주는 것? 그 정도가 나의 사랑과 정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 또 있다. 약속을 지키는 것, 예절을 지키는 것, 스스로 하는 것과 같은 사회적인 예의나 규칙들을 가르쳤다. 사회의 떳떳한 한 구성원으로서 의젓하고 바른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너는 어떤 모양으로 사랑받길 원했을까?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다. 아이에겐 사랑받고 싶은 방식이 있다고. 대부분의 엄마들은 그걸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주는 게 부모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뜨끔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 나도 알고 있었다. 아이는 퇴근하고 지쳐버린 나에게 계속 '함께 있기'를 원했다.


"엄마~같이 놀아요~"


"응 재민아, 집안일 먼저 하고 놀아줄게."


"아니, 아니, 여기 와서 먼저 같이 놀아요~~~"


"엄마 이거 먼저 해야 해. 좀 기다릴 수 있지?"


이렇게 실랑이를 하는 일들이 많았다.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면 픽 하고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기도 했다. 부끄럽지만 감정 조절이 안 되어서 아이를 크게 울린 경우도 왕왕 있었다. 아이가 바라는 건 내가 집안일보다 자신을 더 바라봐주기를,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임을 나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알면서도 눈앞에 있는 쓰레기와 설거지거리, 저녁 준비 등 할 일에 치여 우선순위를 바꾸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좀 더 살펴봐주기로 마음먹었다. 설거지를 하던 손을 내려놓고 잠깐 눈을 들어 아이를 바라보기로 했다. 너무 피곤하면 잠깐 쉬었다가 아이를 마주하기로 했다. 비교적 좋은 컨디션으로 그리고 좋은 감정으로 아이를 더 사랑해줘야지.


네가 원하는 모양으로 사랑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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