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마녀 할머니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능력 있는 워킹맘이었네?
주말의 마지막은 늘 아쉽기 마련이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우리 가족은 보통 애니메이션 한 편을 함께 보곤 한다. 물론 선택권은 아들에게 있다.
"재민아 오늘은 어떤 가족영화 볼까?"
"웅... 옴부쯔 나오는 거!"
옴부쯔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온 가오나시를 아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왜 그렇게 부를까 의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옴부쯔 애니메이션을 보기로 했다.
이 옴부쯔 애니메이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중학교 1학년인가 2학년이던 시절 시험 끝난 기념으로 친구와 동네 작은 영화관에 가서 봤던 애니메이션이다. 그 당시에도 애니메이션을 영화관에 가서 보는 사람도 별로 없었을 뿐더러 시험이 끝난 아주 이른 오후 시간이었던지라 사람이 거의 없는 극장에서 친구와 몰입해서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아주 조용하고 평온한 추억이었다. 그날의 기분도 생각이 난다. 큰 화면에서 멋진 애니메이션을 보는 즐거움, 그 화려함에 시선을 뺏겨 줄거리 정도만 따라가기에도 벅찼었다.
결혼 후 남편과 이런 취향이 맞았던 터라 우린 자주 같이 애니메이션을 보곤 했고, 그중에 이 만화영화도 꼭 끼어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고 말을 하게 되자 드디어 우리가 좋아하는 걸 공유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오~ 어릴 땐 몰랐는데 유바바 완전 능력 있는 워킹맘이네!
어제는 줄거리를 쭉 따라가며 영화를 보다가 유바바라는 인물에 꽂혔다. 유바바는 이 영화에서 나오는 신들의 목욕탕의 주인이다.
어릴 때 봤을 때에는 그저 욕망이 가득한 나쁜 마녀 할머니로만 봤는데 오늘은 왠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아이를 바로 옆방에서 돌보면서도 업무에 매진하는 집중력을 갖춘 CEO이자, 오물 신이 목욕탕을 점령하는 크나큰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대처하는 민첩성까지 갖춘 엄청난 워너비 여인이었던 것이다. 보석이 가득한 그녀의 사무실마저도 얼마나 똑 부러지게 재테크를 했는지 보여주는 듯하고 말이다.
이제 만화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이 나나 하면서도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 여러 가지 시각으로 사물의 단편이 아닌 여러 면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못내 기쁘다.
조금은 자란 걸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