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어줘

본능적으로

by 서이담
211220.jpg 스크린 타임 아이콘을 한 번 그려봤다. 차마 몇시간을 봤는지까지는 못그리겠다 ㅠㅠ
내 눈앞의 사람과 상황에 집중하겠습니다.


연초에 이런 목표를 세웠더랬다. 그건 핸드폰을 너무 많이 본다는 사실을 자각해서였다. 눈앞에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너머 닿을 수 없는 인물들의 삶과 이야기에 열광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또 뭣이 중헌데의 교훈에서 가족들과 소중하게 보내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였다. 눈앞의 아이와 아이한테 더 관심을 갖자 뭐 그런 의도로 이 말을 썼던 걸로 보인다.


솔직히 말해서 이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슬프지만 너무 명백한 것이 아이폰이 매주 한 번씩 콕콕 집어준다. 이번주간 하루평균 스크린 이용시간이라고 알림을 주는데 내 눈에는 당신의 스크린 이용 시간만큼 아이를 눈에 담았느냐고 따져 묻는 것처럼 느껴진다. 알림을 끄고 싶으면서도 끄면 안 되지 싶어 그냥 놓아두었다.


아이가 자주 이런 말을 한다.


"같이 있어줘."

"같이 노올자."


아니 이만큼 같이 붙어있으면 됐지 뭘 더 같이 있어? 하는 나태한 마음 한 구석에 양심이 말한다. 정말로 아이 옆에 같이 있어주었냐고. 그렇다고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남편의 사촌 형님네 집에 놀러 갔을 때 우리 아이 또래의 육촌 조카가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같이 놀자!"

"같이 있자!"


우리 아이와 똑같은 말을 육촌 조카도 반복하고 있었다. 아이는 그랬다. 같이 있고 싶고, 같이 놀고 싶었다. 모든 아이들이 그랬다. 함께하고 싶고, 놀고 싶은 것이 아이의 본능이 아닐까. 아니 어쩌면 아이 뿐만이 아닌 사람 그 자체의 본능일지도.


내년 목표는 뭘로 잡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겠다. 잘 놀아야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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