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안경 찾아줄게

자기 걸 챙기는 기특함

by 서이담
211222.jpg

자기 전 30분 정도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곤 한다. 대개의 부모들이 그렇듯 아이가 지쳐 쓰러지기 전 먼저 쓰러지는 게 우리인지라 책의 첫 문장을 읽자마자 하품이 나온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책을 읽어준다. 그날도 그랬다. 여러 가지 놀이를 하다가 밤이 늦어져서 오늘은 책을 읽지 말고 그냥 자자고 타협을 했었는데, 자기 전에 책을 못 읽는 게 아쉬웠나 보다.


"책 보고찌퍼"


아이에게 남편은 임기응변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안경이 없어져서 안 되겠네?"


내 눈앞에 남편 안경이 있길래 슬쩍 안경을 바닥으로 내려서 아이가 보지 못하게 합동 작전을 폈다. 그런데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아빠 안경 찾아줄게!"


그러고는 이불 바깥으로 나가 방문까지 열고 나가는 것이 아닌가! 어두운데 혼자 나가는 걸 싫어하는 아들이 저렇게까지 제스처를 취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남편과 나는 다급하게 입장 변경문을 발표했다.


"엇! 안경이 여기 있었네?"


"오~재민이 책 읽어줄 수 있겠다."


배시시 웃으며 방으로 들어오는 아들이다. 그리고 자기가 줄곧 잘 베고 자는 베개까지 야무지게 챙겨서 아빠 곁으로 간다.


이 녀석, 어디 가서 돈 떼 먹힐 염려는 없겠다. 자기 것은 참 잘 챙기는 아들, 이런 아들을 볼 때는 쥐어박고 싶은 마음도 쬐금 들긴 하지만 마음 한편은 안심이 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같이 있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