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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Oct 21. 2021

66만원짜리 경치 5만원에 즐기기

경제적으로 사치하기

그림: 서이담

얼마전 가족들과 휴가를 다녀왔다. 우리의 목적지는 제주도였다. 제주도를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 또 코로나 시국에 다녀올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었기에 이 곳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굉장히 럭셔리한 여행을 계획했었다. 1박에 몇십만원을 하는 호텔에 단독으로 묵을 수 있는 깔끔하고 평이 좋은 펜션 이렇게 두 군데를 예약했었다. 그러다가 여행 몇일 전 모든 계획을 바꿔버렸다. 돈을 모아야겠다는 결심이 들었고, 이렇게 한 번 눈이 높아지면 다음번에도 이런 정도로 지출이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긴 일정이 부담도 됐다. 우선 너무 길었던 일정을 줄이고 숙소도 더 저렴한 곳으로 바꾸었다. 숙소가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거의 100만원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잘 결정했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오기 전날 밤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좋은 숙소는 어떤 곳일까 그리고 어떤 경치를 볼 수 있을까 궁금했다. 폭풍 검색을 하고 호텔에 전화를 걸어 아이랑 함께 갈 수 있는 곳인지를 확인하고 제주에 새로 생긴 그랜드하얏트 호텔 라운지바를 방문했다.


역시나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부내가 났다. 엄청나게 화려한 장식과 높은 천고의 로비층을 걸어가 전용 엘레베이터를 타고 라운지에 올라갔다. 32층에서 내려다보는 제주도 야경은 황홀했다. 호텔이니까 가격이 싸진 않겠지 예상은 했는데 역시나 커피 한 잔이 거의 2만원에 육박했다. 아이도 있었고 또 저녁을 먹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뭘 시켜야 좋을까 하다가 아이와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샤인머스캣 빙수를 주문했다. 가격은 거금 5만원. 약간 망설여졌다. 이 정도 돈을 써서 먹을만한 가치가 있나?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호텔의 하루 숙박 가격은 60만원, 이걸 5만원으로 대체한다고 생각해보자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물론 호텔의 모든 서비스를 누리지는 못하겠지만 이 빙수를 먹는 1시간만큼을 경제적으로 산다고 치자. 아마도 내가 6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호사스럽게 하루를 묵었다면 이만큼의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을 거다. 아깝다는 생각이 앞서서다. 하지만 5만원 정도는 입장료로 생각하고 기꺼이 지불했다. 여행이기에 그렇게 할 수 있었기도 하다.


샤인머스캣 빙수를 앞에 두고 직원분께 사진도 요청드렸다. 아이가 집에 가고 싶다고 하기까지 약 1시간동안 우리는 사진도 마음껏 찍고 눈 앞에 놓인 빙수도 맛있게 먹으면서 호사스런 시간을 맘껏 누리다 우리가 묵고 있던 호텔로 왔다.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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