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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Sep 24. 2021

쫄보가 백신을 접종한 3가지 이유

무서워도 접종한 이유를 물으신다면

그림: 서이담
혹시 타이레놀 있나요?


친구들과 1차 접종을 무사히 마치고 무심히 도 시간은 흘러 2차 접종 안내 문자가 날아왔다. 내가 맞을 모더나 백신은 2차에서 부작용이 훨씬 많이 나타난다기에 미리 대비하려고 동네와 회사 근처 약국을 들락거렸다. 타이레놀은 다 팔렸단다. 아쉬운 대로 같은 성분으로 된 진통제를 두 통 사서 집으로 왔다. 먼저 백신을 맞은 친정엄마가 접종 전에도 약을 먹고 가면 증상이 훨씬 덜하다고 해서 약을 미리 먹고 주사를 맞았다.


친구들은 2차 접종 때 훨씬 아팠다고 했는데 나는 약기운 탓인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몇 시간 후 정말 입맛이 없어졌다. 갑자기 몸살 기운이 와서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고 약을 한 알 더 먹고는 침대에 누웠다. 식은땀을 흘리고 몸이 으슬으슬했다. 기운도 없었다. 잠이 들기 전 심장도 괜히 따끔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몸이 좋지 않아서인지 걱정할 틈도 없이 잠이 왔다. 그리고 이런 좋지 않은 상태는 접종 4일 차인 오늘도 이어진다. 몸은 좀 괜찮아졌는데 접종한 팔 부위 반경 10cm 정도가 벌겋게 부어올랐다. 열감도 있다. 이게 사람들이 많이 말했던 증상 중 하나인 '모더나 암(moderna arm)'이구나 했다. 다행히 큰 부작용은 아니었지만, 아직도 계속 내 몸을 체크하고 있다. 


나는 쫄보다


나는 백신을 맞으러 가는 길까지 부작용을 검색했던 쫄보다. 지금까지 쓴 글만 봐도 알겠지만 말이다. 접종을 맞기 전에도 한참을 망설였고, 친구들이 맞는다기에 겨우 용기를 내어 백신을 신청했다. 백신은 위험하다. 식약처에서 급하게 허가를 내준 것도 그렇고, 주변에 부작용 사례들도 많다. 분명히 백신에는 리스크가 있다. 맞지 않는 사람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내가 쫄보임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을 맞은 이유를 말해보려 한다.


1. 맞지 않는 것보다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재택을 많이 하고는 있지만 나는 출근을 전제로 일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코로나 때문에 회식을 금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함께 점심식사를 해야 하는 문화가 있다. 또 내가 조심한다고 하더라도 회사에 가끔씩 나오는 감염자들의 동선을 보면 엘리베이터나 화장실 등 어쩔 수 없이 감염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많다. 코로나 백신을 맞고 항체가 생기면 코로나가 아예 걸리지 않는다고는 말 못 하지만 이로 인한 사망률은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맞지 않는 것보다는 나를 좀 더 지켜줄 수 있는 선택이라고 본다.


2.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다.

백신을 직접 맞아보니 이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겠다. 그리고 사람마다 이런 반응에 차이가 있다는 데 내 아이가 이 과정을 잘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나마 신체적으로 좀 더 성장해있고 이런저런 질병들을 견뎌왔던 나와 남편 그리고 우리 가족이 모두 맞으면 집단 면역이 생성되어 우리 아이를 포함한 노약자들을 바이러스로부터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어린이집 쌤들도 모두 접종을 하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려고 한다. 부모인 나도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자유롭고 싶었다.

원래는 올해 말쯤 친구가 살고 있는 외국으로 길게 여행을 가려했었다. 작년 초만 해도 내년에는 나아지겠지 생각했지만 지금은 변이다 뭐다 해서 한국인을 받아줄 것 같지가 않다. 혹여 무리를 해서 간다고 하더라도 자가격리가 2주나 되기 때문에 나 같은 직장인들은 해외여행을 꿈도 못 꿀 지경이 됐다. 점점 더 마스크를 벗고 살던 날들이 그립다. 위험을 감수해서나마 내가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정말 거창한 이유는 아니다 싶다. 사실 안전성이 100% 담보된다면 누구에게라도 권하겠지만 나도 그 안전성 때문에 오래 망설인 터라 자신 있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작은 선택이라도 소신과 이유가 명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길다면 긴 이 글을 써보았다. 나처럼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선택의 근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덧붙인다.


주사를 맞은 자리가 아직 벌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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