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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Nov 10. 2021

기분이 조크든요

내 돈 내가 쓰는데 왜?

30대에 접어드니 물욕이라는 게 생겼다. 


누군가가 신형 핸드폰을 자랑했을 때 나는 속으로 '자기 돈 써서 산 건데 뭔 자랑질이야?'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는 내가 물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전자기기에 별 흥미가 없었을 뿐이었다. 좋은 집, 좋은 가구, 좋은 차, 좋은 가방, 좋은 옷 등 세상에 좋은 건 너무도 많았다. 나는 그것들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났다. 나는 왜 이렇게 뭘 좋아하고 동경하는 걸까? 왜 힘들게 모은 돈을 없애는 일에 사람들은 이렇게 열을 올릴까? 그 이유를 한 번 생각해봤다.


첫째, 아름다움에 끌리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무형이 아닌 유형의 아름다움을 가까이하기 위해 우리는 소비한다.


둘째, 새로운 것을 소유함으로써 내 존재가 새로워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나는 새로워질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착용하거나 함께 하는 것이 새 것이면 꼭 나 자신이 새로워지고 변화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렇기에 새 물건을 꾸준히 산다.


셋째,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 귀한 사람에게는 귀한 것을 준다. 세월이 흐르니 나를 함부로 대해왔던 세월이 아쉽다. 스스로가 살짝 불쌍해지기 시작한다.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싶다. 그래서 귀한 것을 선물로 주고 싶다.


반면에 이런 생각도 든다. 분명 아름다웠는데, 분명 탐닉했었는데 내 손안에 들어오면 그저 그런 물건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즉 '손안에 없다'는 아쉬움 때문에 소비에 열광하는 것이다. 소비해서 그 물건을 손에 쥐게 되면 그 아쉬움이 사라져 손에 닿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 내 것이 되어 버린 순간 인간은 바로 흥미를 잃고 다른 것을 찾아 나서게 되는 거다.


탐닉과 절충, 그 사이에서 적절한 소비가 이뤄지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여전히 소비가 좋은 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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