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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Nov 24. 2021

당~근!

첫 거래의 추억

지겨운 회의 시간에 딴짓을 하다가 가방이 싸 보이길래 하나 샀다. 2만 원 남짓 주고 산 가방이었는데 후기도 좋고 디자인도 괜찮아 보였다. 몇 주쯤 지났을까 무려 해외배송이 되어 가방이 집에 도착했다. 아뿔싸. 인터넷은 디자인과 크기는 잘 담았지만 재질은 잘 담아주지 못했다. 2만 원짜리 가방에게 너무 많은 걸 바란 내 탓이다. 결국 사진 한 장을 찍은 뒤 가방을 비닐 백에 고이 담았다.


친구들에게 가방이 마음에 들면 그냥 주겠노라 말을 했는데 친구들도 그다지 끌려하지 않아 하는 눈치였다. 한 친구가 나에게 "당근해!"라고 말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당근 마켓에 들어갔다. 상품을 꼼꼼히 촬영하고 비슷한 물건의 가격을 조회해 본 뒤 1천 원 싸게 내놓았다. 내놓은 뒤 몇 시간쯤 뒤 다시 앱에 들어갔는데 구매 문의가 3개나 와 있었다. 


첫 번째 구매의사를 밝힌 사람은 꽤나 적극적으로 임했지만 결국은 찾던 제품이 아니라면서 좀 더 확인해보겠다고 하고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 사람에게 낙찰을 해주었다. 


"언제 거래 가능하세요?"


"혹시 지금 가능하세요?"


"네!"


근처 역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2만 원 남짓 주고 산 가방을 만 구천 원에 팔았다. 구매 후기가 바로 올라왔다. 평점이 엄청 좋았다. 작다면 작은 돈이지만 뿌듯함은 결코 작지 않았다.


이 맛에 당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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