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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Nov 26. 2021

안쓰러운 소아과

내 이웃의 사정

우리 부부는 가까운 소아과를 놔두고 옆 동네 소아과에 다닌다. 아직 우리 동네에 소아과가 들어서지 않았을 때 무렵부터 다녔던 곳인데, 선생님이 조금 퉁명스럽기는 하지만 아이를 성심 성의껏 봐주시는 게 느껴져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조금 멀리 다니곤 한다.


어제는 아이가 갑자기 어딘가 불편해 보여서 소아과에 갔다. 그런데 소아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우선 간호사 선생님들이 모두 바뀌어 있었다. 한 선생님은 간호사 복장을 입고 있었는데 다른 선생님은 간호사 자격이 없고 카운터만 보시는 것 같았다. 두 번째로는 각종 각종 미용 주사를 놔준다는 광고가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아이들이 기다리며 놀던 방이 수액실로 바뀌자 방에 있던 놀잇감들이 대기실 이곳저곳을 어지럽게 채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에 갔는데 무료로 미용 제품들 샘플이 있었다. 샘플을 하나 가져가 보려고 하니 간호사처럼 보이지 않던 한 분이 직접 와서 샘플을 홍보하고는 판촉을 시작했다.


장사가 잘 안되나 보다.


남편이 병원에서 나와 나에게 넌지시 말했다. 빚이 많아서 그랬을까?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렸을까? 도대체 무슨 이유로 병원이 이렇게 변했을까. 의사 선생님 성향 상 이런 걸 정말 싫어할 것 같은데 돈 되는 일을 어떻게든 하려고 애쓴 것을 보면 상황이 좋진 않구나 싶었다. 의사 선생님이 살짝 퉁명스러운 말투여서 그런지 그 병원은 늘 조금은 한가로웠다. 나 같은 사람은 한가로워서 좋았다. 예전에는 병원이 쾌적하고 산뜻했었는데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씁쓸했다. 돈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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