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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Nov 29. 2021

트럭 기사님의 활자세

일상 속 풍경 하나

아직 밤이 채 가시지 못한 푸르스름한 새벽녘이었다. 11월 말답게 기온도 아주 쌀쌀해서 사람들은 저마다 두툼한 패딩을 꺼내 입은 듯 보였다. 나는 남편과 아들과 함께 차를 타고 출근길에 올랐다. 그날따라 월요일인데도 차가 막히지 않았던 것 같다. 


'엇~!'


길가에 큰 이삿짐 트럭이 주차되어 있었는데 거기 뒤쪽으로 트럭 기사님이 엄청 멋진 활자세로 스트레칭을 하고 계셨다. 두툼한 패딩이 보디라인을 거의 다 가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발레리나나 요가강사보다 더 멋지고 유연한 자세였다. 그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우연히 마주친 삶의 한 귀퉁이가 마음을 깊이 파고들며 감동을 줄 때가 있다. 가을날 맑은 햇살 한 줄기라던지, 여름밤의 시린 냄새라던지 그런 아주 작은 것들 말이다. 


오늘 아침 그런 풍경이 내 마음속에 하나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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