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빠서가 아닌게 함정
최근에 조금 길게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란 게 으레 그렇듯이 가기 전이 가장 신났던 것 같다. 회사에 짐을 싸악 정리해두고 나오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 없었으니까. 여행 첫날까지도 신이 났다. 맛있는 식당을 찾고, 좋은 카페엘 갔다. 풍경 좋은 곳을 드라이브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체험도 했다.
여행 막바지가 되니 신났던 나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다. 새로운 곳을 끝없이 찾고, 사람들의 평가를 검색해보고 그 장소를 오고 가는 일을 매일 반복하다 보니 무뎌져 버렸고 결국엔 지루해졌다. 그리고 알았다. 일상이 지겨운 건 그게 나빠서가 아니라 그걸 반복해서라는 걸. 아무리 특별한 일이라도 일상을 곱해버리면 지루함이 되는 거였다.
인간이 가장 오래 사는 방법은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하는 어느 전문가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어떤 소설가는 책을 봄으로써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말은 다르지만 함축적인 뜻은 같다. 인간은 독서와 다양한 삶의 형태를 체험함으로써 절대적인 시간을 상대적으로 길게 느낀다는 것이다. 압축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내가 있는 일상에서 매일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 그게 저렴한 일탈이자 장수의 비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