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는 내가 정한다

온갖 것들이 빼곡히 차있는 일상에서

by 서이담
211105.jpg 그림: 서이담
아쉽지만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왠지 될 것 같다며 자신만만하게 썼더란다. 심지어 서류를 다 쓰기도 전에 주변 몇몇 지인들에게 말을 흘리기도 했었는데, 서류 탈락했다는 메일이 야속하게도 new 글자를 달고 내 메일함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지원한 분야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계가 있어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면접 정도는 당연히 볼 줄 알았는데, 역시 자만은 금물인가 보다.


슬쩍 말을 흘렸던 동기들과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이 소식을 전했다. 동기들은 위로와 함께 그래도 같이 있을 수 있어 다행이라며 농담도 건넸다. 그리고 화제를 돌리려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는데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아 맞다. 너 어제 좋은 일 있었잖아!"


"뭐였지?"


"아니, 너 레고랜드에서 이달의 작품상 받았다며!"


"아 맞다. 그거!"


이번 휴가 때 아이가 좋아할 것 같아 레고랜드를 다녀왔다. 거기에 직접 레고를 만들어서 전시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뭘 만들까 하다가 점점 진심이 되어서는 귀여운 작품을 열심히 만들어 전시해놨다. 휴가 이후에는 까맣게 잊었었는데 면접 탈락한 이메일을 받은 날과 같은 날 나에게 이달의 작품으로 뽑혔다며 소정의 상품을 준다는 문자가 하나 온 것이다.


친구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맞아! 그렇게 재미있는 일도 있었지 하고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생각해보니 어제는 꼭 나쁜 일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좋은 일도 있었다. 내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서 내 기분은 금세 바뀔 수 있었다.


내 바깥에서 일어난 일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일에 포커스를 맞출지는 인생 사진사인 내 마음이다. 사진사의 의도에 따라 그 사진은 즐겁기도 슬프기도 황당하기도 웃기기도 하다. 그렇다면 기왕이면 즐거운 일에 포커스를 맞춰보는 게 낫지 않을까.


내일도 포커스를 더 잘 잡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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