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결핍 발견하기
넌 다른 데는 욕심이 없으면서 왜 가방은 그렇게 좋아하냐?
올해 초, 명품 가방에 푹 빠진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명품 매장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인터넷으로 찾아봤던 제품을 들어보면서 나와 어울리는 가방을 찾았다. 너무 비싼 가방을 사면 모시고 살 것 같아서 적당한 크기에 내가 잘 들만한 가방을 사기로 하고, 중고 사이트에서 40만 원 정도 싼 물건을 찾아서 손에 쥐었다. 다음에는 절대 사지 말아야지, 되팔아야지 하고 버릇처럼 이야기를 하다가도 팔지 못했다. 사실 정말 잘 들고 다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이었다. 검은색 가방이 너무 낡아서 수선을 맡기려고 했는데 가방 수선은 최소 4만 원이라며 세탁소 아주머니가 정말 수선을 맡길 거냐고 확인 전화를 했다. 30만 원 남짓한 가방을 4만 원을 더 주고 수선한다는 게 아까운(?) 마음이 들어 새 가방을 하나 사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적당한 가격대의 가방을 사야겠다 마음먹고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작년 그 브랜드의 가방이 눈에 쏙 들어왔다. 물론 가격은 수선비의 수십 배.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생겼다. 이런 나를 보고 친구는 이상하다며 한마디를 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절약을 외치면서 왜 유독 가방은 명품 가방을 좋아하냐며. 나도 내가 이상했다. 내가 왜 이럴까?
아이를 낳은 후 육아휴직에 들어갔을 무렵, 내 자존감은 바닥을 찍었다. 그 시절 유일한 낙은 아이가 긴 하루 속에서 찰나처럼 보여주는 웃음이나 귀여운 행동들을 얼른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이웃들의 반응을 보는 거였다. 자연히 오랜 인연들 중 임신을 했거나 아이를 낳은 친구들과도 이웃을 맺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의 계정을 둘러보다가 그걸 보게 됐다. 친구 하나가 임신을 했는데 그 남편이 임신 축하 선물로 샤넬 백을 선물했다는 피드였다. 화가 났다. 자존감이 낮았던 시절 이어서일까 아니면 육아휴직 때문에 수입이 줄어 아껴야 한다는 강박 비슷한 걸 가지고 있어서일까 내가 남들만큼 축하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어리숙한 생각과 나를 위해서 돈을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는 기억이 나를 참 괴롭게 했다.
다른 건 하나도 관심이 없는데 왜 가방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몇 년 전 친구의 사진을 보며 질투에 가득 찼던 나 자신이 떠올랐다. 결국 결핍 때문이었던 걸까.
그나저나 원인을 알았으면 좀 치료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계속 눈에 밟힌다.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