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다 똥 된 날

인생 그거 내 맘대로 안 되더라

by 서이담
211116.jpg 그림: 서이담

드디어 그날이 왔다. 안 오길 바랬던 주차비가 오르는 날!


코로나가 심해져 출퇴근을 돕는다고 회사에서 주차비를 파격적으로 깎아주었다. 아이 등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를 타고 다니던 일주차로 바꿔서 회사의 주차비 할인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한 달이 넘게 할인된 가격을 내고 있었는데 위드 코로나 선포 이후로 주차비 혜택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돈을 주고 일주차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야근을 하는 바람에 아이 어린이집 하원을 못 시켜주게 됐다. 남편이 퇴근길에 아이를 하원 시키고 나를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일 주차권을 이미 샀으니 어린이집 건물에 굳이 주차를 해서 주차비를 내고 싶지 않았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는데 우산도 안 가지고 나와서 다시 건물에 들어갔다가 우산을 쓰고 아이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너무 늦었으니 우리 저녁 먹고 들어가자."


집에 돌아가면 밥때를 너무 놓쳐버리게 될 것 같아 어린이집 근처 식당에서 한 끼를 해결하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그래도 좀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 가려고 했는데 아이가 김밥집 창문에 붙어있는 김밥 그림을 보더니 김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오~돈이 좀 굳겠는걸?'


이렇게 마음을 먹고 김밥집으로 들어갔다. 김밥을 다 먹고 나서 비도 오니 남편이 차를 가지러 자기만 다녀오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핸드폰 가져가야지?"


"근데 재민이가 지금 만화영화 너무 열심히 보고 있어서 가져가기가 어렵겠네."


"그럼 내 거 가져가요~"


"아녀. 이따가 핸드폰으로 계산해야 하잖아."


나는 요즘 지역화폐를 싸게 구매해서 그걸로 결제를 하는 재미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그 김밥집에서 내가 10% 할인한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었다. 남편은 빈 몸으로 차 키만 가지고 차를 가지러 나갔다.


그런데 남편이 한참 지나도 돌아오지를 않았다. 왜 이렇게 오지 않나 기다리다가 한 30분쯤 지나서 계산을 하고 주차장에 갔는데 남편이 조금 이따가 도착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아... 주차 정산이 안되어 있던데?"


"아 맞다.. 주차권!!"


내가 주차권을 사 두고 남편에게 전달하는 걸 깜빡했던 거다. 그 바람에 남편은 만원을 더 주고 결제를 해야 했다. 주차비 자체도 만만치 않은데 돈 만원을 더 쓰다니 너무 아까웠다. 그리고 그 모든 이유가 다 내가 더 아끼려고 애쓰다가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하니 약간 억울하기까지 했다.


돈도 아끼면 똥이 되는 거였다. 아끼려는 노력 자체는 선하지만, 너무 집착하다가 큰 걸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차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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