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효도
오늘도 나는 시댁 방문을 스킵하고 집에서 쉬었다.
처음에는 이러면 안 되는 줄 알았다. 시어머님이 부르시면 꼬박꼬박 가야 하고, 기분도 다 맞춰 드려야만 내가 좋은 며느리가 되는 줄 알았다. 우리 엄마만 해도 그런 며느리였던 것 같다. 그런 엄마는 시댁에 다녀오거나 명절을 쇠고 나서는 늘 몸이 아팠다. 엄마를 보고 자라다 보니 나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에 젖어 있었던 것도 같다. 물론 아주 초기에 말이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시댁은 평생 가져가야 할 인연이라는 걸 말이다. 남편과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거의 내 일생동안 시댁과 마주쳐야 한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효도를 하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댁 어르신과 몇 차례 겪었던 마찰도 이런 마음가짐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언젠가는 남편이 시 할머님 댁에 간다고 하길래 남편과 아이만 보내보았다. 큰일이 생길 것 같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서 아이는 너무 행복해했고, 남편도 여러 사람이 아이를 봐 주니 편안해했다. 나는 나대로 집에서 나 홀로 조용히 책도 보고 영화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아내와 아이가 친정에 놀러 가듯이 아들과 남편을 시댁에 보내버리는 일이 잦아졌고 우리 모두 다 이런 일에 익숙해졌다.
효도하는 것 참 중요하다. 아이를 낳고 기를수록 효도라는 게 사람의 본성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지만, 어른들을 생각하고 보살피는 일은 더 많이 마음을 쓰고 애를 써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잘 키우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 같다. 하지만 이 일을 생색내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리하지 않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탈을 조금 해본다.
남편 잘 다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