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오랜만에 친구와 점심을 같이 먹었다. 내가 회사에 들어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모습 모두를 옆에서 지켜봐 왔던 친구, 그러니까 나를 남편보다 오랫동안 봐왔던 친구다. 친구와 서로 요즘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들을 나누곤 했는데 친구가 내 고민이었던 집 이사 문제를 가만히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담아. 사실 그건 고민이지 문제는 아니야. 내가 보기에 너는 잘 살고 있어."
친구는 덧붙였다.
"네가 결혼한 모습을 보고 나도 결혼이 좋아 보여서 결혼하게 됐어. 그리고 네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아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나도 옆에서 보면서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나를 보고 결혼을 했고, 나를 보고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친구의 말, 그 말이 너무 고마웠다. 지금까지 나의 삶을 긍정하고 인정하는 말이어서일까. 고마움과 뿌듯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사실 난 나 자신이 많이 초라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고, 육아도 하고 일도 하고 가족도 챙겨야 하는 삶에 때로는 남몰래 답답하기도 했는데 말이다. 이런 특급 칭찬을 듣다니!
내가 그리 허투루 살지는 않았다는 인증서를 하나 받은 느낌이다. 갑자기 뭔갈 사고 싶은 마음이 확 사라졌다. 굳이 값비싼 물건으로 나를 치장하지 않아도 내 삶을 잘 아는 사람이 날 인정해준다는 의미에서 마음 깊은 곳이 훅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