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사람을 가장 먼 사람처럼

모난 나를 발견할 때

by 서이담


벌써 우리가 그만큼 오래됐단 말이야?


남편과 나, 2014년부터 지금까지 언 8년 정도를 만나왔다. 이제는 서로를 많이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오늘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가끔씩 남편이 하는 말을 너무 과장되게 생각하거나 크게 반응하는 일이 많아서 힘들었다고. 나도 어렴풋이 내가 그런 면모가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남편 입을 통해 들으니 뭔가 확실한 증거를 제시받은 범인이 된 것처럼 철렁했다. 인정하기 싫어서 살짝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역시나 맞는 말이다.


그래, 그랬다. 엄마도 내게 '감정적'인 면모가 있다고 했는데, 사회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다녀지긴 했지만 여전히 내 속에는 그런 내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남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어떻다는 부분보다는 내 이런 모습 때문에 남편이 내게 이야기를 해야 할 때 말을 고르고 조심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이 쓰였다. 내 모난 부분 때문에 내 주위 사람들이 조심조심하고 있었다니. 오히려 사회생활을 할 때는 이런 부분을 조심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정작 주변 사람들을 많이 신경 쓰지 못한다는 게 안타까웠다. 나는 괜찮게 살아가고 있다고, 따뜻하게 다른 사람들을 품어주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온전히 그러지는 못했나 보다. 특히 남편이 가장 편하다 보니 감정이 가는 대로 행동했던 거다.


남편이 여리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 더 조심해야지 다짐하면서도 자꾸 까먹는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해주었다. 화가 나거나 감정적으로 끓어오를 때는 눈앞의 사람을 직장에서 만났다고 생각을 해보라고. 그러면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하거나 행동이나 말을 조금 더 생각하고 할 수 있다고 말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끔은 가장 먼 대상이 되어봐야겠다. 그러고 나서 내 행동이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좀 더 생각해보면 아마도 답은 아주 쉽게 내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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