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뽀뽀할 수 없는 사람

모 사원의 휴직사유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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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때문에 회사 그만두고 싶다.


여느 직장인처럼 지난 몇 년간 남 욕을 하며 회사를 다녔다. 어느 날, 평소처럼 "못해먹겠다."며 시작한 불평불만 끝에 나는 평소와 달리 이제까지의 회사 속 나 자신을 곰곰이 돌아보게 되었다. 분명 정도는 다르지만 나는 상사에게 업무적으로 혹은 사적으로 나의 의사와 반하는 통제를 받을 때마다 번번이 주체하지 못하고 분노했다. 누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나 해왔다면, 반대로 나는 누구 밑에서도 이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마음이 개운해졌다.


그랬구나. 이거였구나.


당신은 임원 감이야.


이 말을 나를 잘 아는 사람과 상사 모두로부터 들었다. 이상하다 싶었다. 나는 임원에 뜻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도적으로 일하기를 즐기고 기꺼이 책임을 지는 자세가 나에게 있었다. 이게 소위 말하는 '임원 감'이라는 자질이려나 싶었고, 히죽히죽 웃음이 나왔다.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 웃을 일이 아니었다. 단점이었다. 리더가 아니라면 그런 자질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나는 회사에서 윗분이 결정하면 그저 잘 내려보내는 '고분고분함'을 요청받을 뿐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임원 감인 나에게는 그런 고분고분함이 없었다. 상사가 불편해할 것을 알면서도 반대 의견 내기를 주저하지 못했다. 참아보려고 했으나 병이 될 뿐이었다.


인정하고 나니 편해진다.


한창 결혼에 관심이 많았던 시절 주위 언니들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무리 못생겨도 뽀뽀만 할 수 있으면 결혼할 수 있다.' 즉 아무리 외모가 못나더라도 뽀뽀만 할 수 있을 정도이면 되고, 인성이 중요하다고 했던 말인 것 같은데 이건 회사생활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회사생활의 치명적인 단점이 많지만 그래도 그걸 극복하고 계속 다닐 수 있으면 그건 회사와 뽀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속적으로 같은 부분에서 영 서투르고 거북했다. 극복하지 못할 단점을 발견했기에 난 뽀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만 둘 용기는 없어 일단은 회사를 쉬기로 했다. 쉬면서 내가 뽀뽀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자영업이 어렵다지만 입에 풀칠할 정도만 된다면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결정하고 내가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 지금껏 내가 불평불만을 가져왔던 상황과 반대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망하면 망하는 대로 배울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단은 핑크빛 성공을 꿈꾼다.


일단은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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